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최승자의 <개 같은 가을이>

시평

by 웅석봉1 2024. 10. 28. 12:57

본문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 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니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최승자 시인의 시집 이 시대의 사랑,(문학과 지성사, 1981) 중에서

 

<어설픈 해설>

 

~ 가을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본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었는가.

 

모든 길이 경계선을 무너뜨렸는가?. 여보세요, 죽선이, 죽선이는 어디로 갔는가? 그래서 전화선은 주인을 잃었는가? 그래서 한 번 떠난 애인은 꿈에라도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개 같이 쳐들어오는가? 그래서 매독같이 밀려오는가? 그래서 쓸쓸함을 체득하는가? 그래서 고독한가? 그래서 허무한가? 그래서 한없이 말 오줌 냄새가 풍기는 봉놋방에서 묻는가? 그래서 <블랙리스트> 그 시절이 그리운가? 미운가?

 

시인은 부스스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만큼 왔느냐,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느냐고.

 

병이다. 병이 아니고서는 이리도 아플 리가 없다.

 

 

<시인 소개>

 

시인은 1952년 충남 연기군에서 출생하여 수도여고를 졸업하고, 1971년 고려대학교 독문과에 입학한다.

 

고대문화편집장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중에 이유 없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졸업도 못한 채 쫓겨난다. 다행히 학교 선배인 정병규 편집장의 도움으로 홍성사편집부에 입사 한다.

 

1979년 계간 문학과 지성사우리 시대의 사랑등 몇 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다. 얼마 있다가 홍성사를 그만둔 그녀는 이후 번역 문학가로 활동하며 시 쓰기에 전념한다. 1993년에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창작 프로그램에 다녀오기도 한다.

 

저서로는 이 시대의 사랑(1981), 즐거운 일기(1984), 기억의 집(1989), 내 무덤, 푸르고(1993), 연인들(1998) .

 

5회 지리산 문학상. 18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 27회 편운문학상 시 부분을 수상함.

다음 백과사전등 참조함. ).

 

'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무산의 <장작불>  (1) 2025.01.06
구상의 <꽃자리>  (2) 2025.01.04
박노해의 <굽이 돌아가는 길>  (7) 2024.10.07
백창우의 <소주 한잔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8) 2024.09.07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  (3) 2024.09.0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