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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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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2. 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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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필락시스가 뭘까?

 

온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상태로, 몇 분 만에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온몸의 장기에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피부에 발진과 가려움, 입술과 혀의 팽창, 복통,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킨다. 특히 혈압 저하와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대항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나(ana)<방어하다>라는 뜻의 필락시스(phylaxis)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기 쉬운 알레르기 항원에는 벌과 개미 등의 곤충 독, 항균제와 진통제 등의 약물, 달걀과 밀가루, 갑각류, 메밀, 견과류 등의 식품, 천연 고무의 주성분인 라텍스 등이 있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쇼크 상태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알레르겐을 섭취하고 나서 1~2, 늦어도 30분 이내에 쇼크 상태가 된다. 최대한 신속하게 에피네프린 주사로 치료해야 한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72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늦가을 장마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 높다. 14코스 시작점인 저지 예술 정보화 마을 <웃뜨르 미() 센터>에 내리니 사람들로 분주하다. 일단의 올레꾼들이 13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하고, 센터 마당에는 젊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 의논하는 모습이 신중하다.

 

오늘이 마침 마을 직거래 장터를 여는 날이다. 가을이면(9~11)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장터를 연다고 한다. 오늘도 저 마당에서 한바탕 마을 특산물 잔치가 열릴 것이다. 관광지 농촌 가을의 좋은 풍경이다. 하지만 아쉽다. 매주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옛날 내가 현직 시절에는 이런 행사를 매주 열어 생산자인 농민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얻었었다. 그 당시 농협 사무실 뒷마당에 장소를 제공하고 농민들은 스스로 농산물을 가지고 와서 직접 파는 직거래 장터였다. 가져온 농산물을 다 판 농부들의 흐뭇한 모습이 아련히 다가온다. ~ 그 시절이 그립다.

 

아쉽지만 흐뭇한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길가 구멍가게에서 감귤 한 봉지를 사 들고 올레길로 들어섰다. 길은 <미 센터>에서 왼쪽으로 돌아 저지오름 자락으로 들어선다. 동구 밖 정자나무 아래에는 <저지오름> 안내판이 길손을 맞는다.

 

코스는 저지오름 동쪽을 돌아 북쪽으로 빠진다. 오름은 낯설지 않았다. 13코스를 걸을 때 이 오름을 경험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편했던 오름길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주변은 수확을 기다리며 길게 이어진 감귤밭 열매들의 노란 모습이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

 

마을 길을 지나 들길로 이어지는 길 위에, 제법 큰 막돌에 <한성농장>이란 명패를 새긴 집 앞에 이르니, 대문도 없는 농장 입구에 이름도 예쁜 <촛불 맨드라미>가 촛불처럼 붉은 입술들을 늘어지게 피워대고 있었다.

 

동행한 어부인은 <참 예쁘다>를 연발하며 아직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꽃씨를 튼다. <저 꽃, 어디서 왔길래, 이 외진 곳에서 저리도 색시하게 자리를 잡았을까.> 어부인의 독백도 길게 늘어진다.

 

이어지는 들길은 푸른 양배추를 한 아름 품은 검은 돌담길을 지나더니 <큰 소낭 숲길>로 들어선다. <큰 소낭>은 큰 소나무라는 말인데, 길에는 큰 소나무는커녕 작은 소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베어진 소나무 토막 더미와 그루터기만 살벌하게 흩어져있다. <재선충>이란 소나무 에이즈로 소나무가 사라지는 현장이다.

 

9코스를 걸을 때 소름이 오싹하도록 보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올레길을 걸으면서 안타까운 장면을 꼽으라면 두 가지다. 하나는 소나무가 벌겋게 죽어가는 <재선충>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해변으로 밀려든 해파리시체, 썩은 어망, 시커먼 투망 나부랭이를 비롯한 해양 쓰레기 더미들이다. 흑흑흑!

 

인간의 무신경과 행정의 무관심이 저지른 결과가 아닐까 싶다. 세계 10위권의 국력은 어디로 갔는지, 안타까운 마음을 털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돌길을 걸어 나갔다. -117)-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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