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란 무엇일까?
뇌사(腦死)란 대뇌, 소뇌, 뇌줄기(뇌간)라는 뇌의 모든 부위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스스로 호흡할 수 없고 심장도 정지한다. 인공적으로 생명을 유지해 주는 장치를 부착해도 며칠 안에 심장이 멈추는 사례가 많다.
뇌사와 식물인간은 전혀 다르다. 식물인간 상태는 뇌줄기 기능이 남아있어 자력으로 호흡할 수 있고 심장도 움직인다. 뇌사와 달리 드물지만, 회복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뇌사는 회복할 수 없어 ‘뇌사를 사망’으로 선고하는 나라가 많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1조 관련 선행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동공 반응 검사, 뇌파 검사 등 일정한 조건에 따라 엄격하게 검사한 뒤 뇌사로 판정하고 장기를 수혜자에게 제공한다. 뇌사자는 신장, 심장, 췌장, 폐, 간, 소장 등 최대 여덟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다.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인체 편>』 <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36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마을을 벗어난 길은 포장길과 들길과 산길을 한참 걷는다. 걸어 올라가는데 제주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가족 묘원(墓圓)이 더러 보였다. 그런데 묘원 입구 빗돌이 누런색이다. 지난번 12코스 초입에서 본 그 <4.3 위령비>와 비슷하다. 색깔로 보아 화산석은 아니고 흙 속에서 캐낸 돌이 아닐까 한다. 가족 묘원은 숭조목종(崇祖睦宗) 사상을 고양함이 확실하겠다.
한편 길을 걸어 오르니, 넓은 밭에 트랙터로 콩 수확하는 농부가 있었다. 이런 산간 지역에 트랙터라, 아~~~참 부러웠다. 역시 앞서가는 마을이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곶자왈 지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산길은 좁지는 않았으나 잡풀과 덩굴들이 뒤엉켜 조심스럽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은 울창하다. 숲에는 상록활엽수들이 빼곡하고, 그 아래로 양치류 식물들이 숲 바닥을 수(繡)놓고 있다.
숲이 워낙 우거져 기왕에 나 있는 길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간혹 샛길인 듯한, 길목이 보이는데 걸으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옆길로 샐 수도 있겠다.
이어지는 숲길은 <마중오름> 옆 오른쪽 숲속 깊이 들어선다. 한참을 걸으니, 오른쪽에 말 몇 필(匹)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이 나오고, 길은 목장 가장자리를 가로질러 조그만 오름으로 이어진다. 해발 260m의 <문도지오름>이다. 오름은 민둥산이다.
민둥산에 오르니 시야가 푸르고 넓다. 발아래 펼쳐지는 푸른 숲이 마치 바다처럼 넘실거린다. 곶자왈의 지붕 위에 오른 기분이다. 여기서 내려다보니 수평선이나 지평선만 있는 게 아니라 <숲평선>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숲평선>이라 지어 놓고 보니 그럴듯하다.
정상부의 능선 길에는 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데, 뜯을 풀도 없는 맨땅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보니 이들은 오늘 아침을 굶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하,
그런 그들을 보니 우리도 허기가 느껴진다. 마침 오름의 끝자락에 나무 그늘이 있어 준비해 간 간식 보따리를 풀었다.
우선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김밥도 두어 개씩 먹었다. 그러고는 다시 숲길을 걸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저지곶자왈 지역이다. 길은 한 사람이 다닐 정도로 좁고 바닥은 돌과 잔디가 잘 어우러져 발바닥 지압 효과가 높아 보인다.
이런 길은 발목을 가볍게 움직여야 효과가 좋다. 그런데 어부인은 무릎을 절름거리며 걷는다. 발바닥이 나보다 얇아 걷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사실 나는 사람의 발바닥 두께는 누구나 비슷한 줄 알았다. 어느 날 올레를 걷는데 어부인이 발바닥이 아프다고 호소해서 발바닥을 확인해 본 일이 있었다. 그때 그녀의 발바닥 두께가 나보다 얇은데 놀랐다. 이 또한 놀라운 발견이다.
내가 감(感)이 둔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40년을 같이 살아왔으면서 자기 부인 발바닥도 알지 못하고 살았으니 한심한 일이다. 감이 둔한 사람이여……부디 부인과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걸어라. 하하하 –11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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