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황제가 이런 복합단지가 내려다보이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제국을 다스렸다. 로마군단의 잔혹한 정복 전쟁의 전리품과 포로를 앞세우고 개선문을 지나 황궁 아래 큰길을 행진했다. 공화정 시대의 정치인들은 포로로마노에서 연설했고, 시민들은 신전에 제물을 바치며 행운과 복을 빌었다.
휴일에는 수만 명이 대전차 경기장과 콜로세오 객석에서 미친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곳에서 시민들은 중요한 정치, 사회적인 변화에 관한 정보를 얻고 소문을 퍼뜨리며, 귀족들은 어둠이 내린 저택에서 토할 때까지 산해진미를 먹거나 황제를 암살하기 위한 대책을 꾸몄다.
황제와 귀족과 시민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수고는 전쟁포로로 잡혀 오거나 빚에 눌러 노예가 된 사람들이 처리했다. 고대 로마는 그런 도시였다.
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 1』 (주, 도서 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105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길은 해안도로를 걷는데, 또 작은 포구 하나가 다가온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고 싶다는 포구, 거북의 머리와 꼬리를 닮았다는 <구두미(龜頭尾)>, 포구는 조각배 대여섯 척을 품고 졸고 있었다. 잘 그린 풍경화 한점을 보는 느낌이다. 마침,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치고 하늘도 밝아졌다.
포구엔 포구만큼이나 산뜻한 카페 하나가 성업 중이다. 이름도 참한 <섶섬지기 카페>, 앞쪽의 섶섬을 지키자는 카페이리라. 카페 앞에 있는 옥외 휴게소에는 관광객 두어 팀이 자리를 잡고 절경을 감상 중이다. 우리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도 풀고 몸도 풀었다.
카페에서 마련한 전망대에 오르니, 서귀포 3 형제섬과 저 멀리 강정항과 삼매봉의 자태가 뚜렷하다. 전망대를 내려선 길을 또 숲길로 들어선다. 잠시 숲을 지나니 <소천지> 안내표시판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올레는 친절하다.
바닷가에 바위로 둘러싸인 작은 물구덩인데 읽어보니 기막히게 멋진 곳이다.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하여 <小 天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여기 천지에 한라산 정상이 잠긴다니 상상만 해도 경이롭다.
실제로 안내표시판에는 눈 덮인 한라산 봉우리가 물속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멋진 사진 속 풍경이다.
<소천지>를 빠져나온 길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빠져나오는 지점에 길이 급경사라 나무 계단이 놓여있다. 여기서 작은 문제 하나가 생겼다. 비에 젖은 나무 계단이니 얼마나 미끄럽겠는가.
매사에 신중한(?) 나는 길을 무사히 건넜는데 다소 모험적인 어부인, 과감하게 계단을 내려오다가 그만, 앗! 불사! 빗물에 젖은 계단에서 꼬꾸라진다. 참으로 순간적인 사건이었다.
앞서가던 내가 그 광경을 보고 어~ 하는 찰나에 내동댕이쳐진 어부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다. 119를 불러야 하나로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일으켜 달라는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일어서서 걷기는 하는데 후유증이 걱정된다.
숲을 걸으면서 우리는 무슨 대화를 했던가, <어부인 왈>, 내가 벌을 받았다고, 무슨 벌? 시어머니를 험담한 벌, 하긴 며느리가 시어머니 험담 한 번 하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인가 만은,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녀의 손에든 우산은 이미 박살이 나 있었다. 그 우산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어부인>이 알았으면 좋겠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어지는 길은 속칭 <검은여>라는 해안에서 멈춘다. 재벌의 사유지가 해변 길을 막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오른쪽으로 겪어 제주 칼호텔 담장 옆으로 난 길을 걸었다. 호텔을 돌고 돈 길은 <소정방폭포>로 들어선다.
앞쪽에 있는 정방폭포와 닮았다. 하여 작은 정방폭포다. 폭포로 가는 길이 절벽이라 상당히 위험하다. 조금 전에 크게 당한 경험이 있어 위험한 길은 피했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 중간쯤에서 발길을 돌린 우리는 언덕 위로 올라서는데 언덕 위에 잿빛 2층 건물 하나, 상당히 특이하다. 부산 유엔묘지 정문을 설계하여 유명해진 건축가 김중업(1922~1988)의 작품으로 알려진 건물은 소철인지 야자수인지 열대식물로 둘러싸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소라를 닮았다 하여 별칭, <소라의 성>이라는데, 지금은 문이 잠겨있다. 예전에는 제주올레 사무실이 여기 있었다는데 건물이 붕괴 직전에 있어 철수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빨리 안전하게 단장하여 역할을 다하였으면 좋겠다. -7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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