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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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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9. 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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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보낸 <서복>이란 사람 일행이 제주도에 처음 도착한 <금당포>가 여기 어디쯤이라

한다. <금당포><조천>이 되었고, <조천>은 탐라의 아홉 진()중에 하나였으니 군사적으로 요충지이겠다.

 

*참고로 탐라 9()을 보면

화북진(禾北鎭조천진(朝天鎭별방진(別防鎭수산진(水山鎭서귀진(西歸鎭모슬진(募瑟鎭차귀진(遮歸鎭명월진(明月鎭애월진(涯月鎭)을 말함이다. 증보 탐라지에 의함.

 

증보 탐라지(增補耽羅誌)(1707, 숙종 33)는 제주 목사 이원진(1594~1665)이 개인적으로 펴낸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의 읍지(邑誌)를 바탕으로 후임 제주 목사 윤시동(1729~1797)이 제주의 역사, 지리, 풍속을 자세히 다루어 펴낸 책이다.*

 

이어지는 길은 양쪽으로 바다를 낀 채 파도에 부서지니, 올레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나의 언어 구사 능력 부족이 한스러울 뿐이다.

 

현무암을 밟으며 죽도를 지나 신촌리에 들어서니 여기서도 개들이 반긴다. 유홍준(1949~현재)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제주 편)에서 연북정 못지않게 신촌 보리빵이 생각난다고 했는데, 신촌에는 그만큼 보리빵이 유명한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바쁘기도 하고, 배도 부르고 하여, 그렇게 유명하다는 보리빵은 맛도 못 보고 아쉬움만 남긴 채 그냥 지나간다. 신촌 포구를 걸으며 용천수가 흐르는 빨래터에서 물맛을 보니 짜다. 아마 밀물 때가 아닌가 한다.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폐가(廢家) 두어 채, 겨울바람처럼 황량하다. 길은 또다시 바다로 흐르고 닭의 머리를 닮았다는 바위, <닭머르>에 이르니 또 정자 하나가 길손을 멈추게 한다. 정자에 올라 또 먼 바다를 바라본다.

 

검은 바위 위의 억새가 세찬 바람에 고개를 숙이고 일어서고 숙이고 일어서고를 반복한다. 바다와 바위도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바람길을 걸어 나가니 길은 신촌마을과 삼양마을 사람들이 제삿날에 오고 갔다는 밭담 길로 이어진다. 길섶으로 무, 콜라비, 마늘밭이 즐비하다. 제주의 들마다 온통 무밭이니 한겨울에도 싱싱한 무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제주의 농부들께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길은 원당봉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한적한 숲속을 걸으니 길 양쪽으로 두 절이 마주 보고 염불에 하염없다. 오른쪽이 불탑사고, 왼쪽이 원당사다. 불탑사 경내엔 오 층의 검은 불탑이 고즈넉이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현무암 불탑으로 보물 1187호라 한다.

 

이 불탑은 원나라 <순 황제> 때 아들을 얻기 위해 <기황후>가 세웠다는 설이 전한다. 기황후(1315?~1370)가 누구이던가. 년 전에 드라마로 인기가 높았던 바로 그 <기황후>. 그녀는 고려 무신 기홍영(奇洪潁)의 증손녀로 본관은 해주, 기자오(奇子敖)의 딸이다.

 

공녀로 원나라에 보내져 궁녀가 되고, 아들을 낳아 제2 황후가 되었고, 본 황후가 죽자, 1 황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명나라에 망한 원나라의 마지막 황후다. 그녀가 불공을 세워 낳은 아들이 북원의 <소종>(재위 1370~1378)이다.

 

<순 황제>는 주원장이 명()을 세운 후 순순히 대도를 내어주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원나라는 혜종(제위 1332~1370)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고려나 조선처럼 역사가 유구하지 못하다. 쿠빌라이 세조가 나라를 세운(1260) 110, 10대의 황제가 다스린 짧은 역사의 나라다.

 

그렇게 두 절을 거쳐 원당봉 입구 삼거리에 올라서니 또 하나의 사찰 이름이 빗돌에 새겨져 있다. <문강사>. 올레 코스가 그 절은 벗어나 있어서 <문강사>를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따져보니 원당봉은 세 절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조화롭게도 세 절이 다 족보가 다르다. 불탑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이요, 원당사는 대한불교 태고종이며, 문강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이란 점이다. 우리나라 3대 대표종단이 다 모였다.

 

제주도민들이 부처님오신날에 이곳 원당봉에 올라, 한 번에 세 사찰의 불사(佛事)에 참여하면 편리하겠다. 속설에 의하면 초파일에 세 절을 다니면, 천복을 받는다는데 이곳에 오면 바로 해결될 좋은 위치가 아닌가 한다.

 

나도 현직 시절에는 초파일에 자주 세 절간을 다닌 적이 있었다. 특히 아들과 딸이 중요한 시험이 있는 해에는 부부가 함께 다녔다. 그것은 내가 불교 신자라서가 아니라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속신앙인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원당봉은 중생들에게 참 고마운 산이겠다. 그런데 이런 고마운 산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10코스의 <산방산>이다. 그곳에는 절이 넷이었다. 2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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