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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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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8. 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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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21개 코스의 총거리를 계산기로 확인하니 합이 346.5 Km이다. 그러면 제주도 해안은 한 바퀴 도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제주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하다.

 

빠진 곳을 챙겨보니 섬 둘레의 섬이 있다. 우선 우도와 추자도, 가파도와 마라도 그리고 비양도 등의 유인도가 있다. 섬의 내륙은 또 볼거리가 없는가, 아니다. 곶자왈이 있고 오름도 있다.

 

비양도와 마라도는 섬 자체가 협소하여 길을 내기가 어려웠겠고, 고근산은 한라산과 서귀포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오름이고,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혼재한 곶자왈은 또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가.

 

결국은 만 5년 만에 우도. 추자도. 가파도. 고근산. 저지곶자왈 등 5개 코스를 추가하여 26개 코스에 총길이 425 Km의 제주 올레는 완성되었다. 그런데 227, 추자도 코스를 상() 추자도와 하() 추자도로 분리하여 27개 코스에 총길이 437 Km로 확장하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들이 많지만, 제주 올레처럼 산과 들과 바다와 마을이 사람과 어우러진 길은 없다. 그리고 제주 올레는 시작과 끝이 따로 없고, 걷다가 힘들면 길에서 빠져나오면 되고 사람들의 저마다의 취향대로 바로 걸어도 되고 거꾸로 걸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뿐이 아니다. 하루에 한 코스를 걸어도 되고 두 코스를 걸어도 상관이 없다. 처음과 끝이 구분이 없는 길이니 그야말로 길 자체가 자유의 상징이다. 길은 행복한 종합병원이라고 서 이사장은 말한다. 동감이다.

 

걸으면서 죽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 아니겠는가. 마치 골퍼들의 소망이 필드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은 것처럼……,

 

그런 잠재의식이 있던 나에게 기회는 왔다. 직장에서의 은퇴가 그것이었다. 자유인이 된 즉시 퇴직 동기들과 제주도 골프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20091월 초였다. 그때 처음 만난 것이 제주 올레였다. 필드를 걸으면서도 올레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올레는 목마른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세월은 잘도 간다. 평생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가끔은 올레길을 찾았지만 완주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에게는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고 절박함도 부족했다. 잎으로 걸을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두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20148월 말, 나는 남양농협 상임이사라는 2년간의 화려한(?) 외도를 청산하고 고향인 산청으로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연전에 마련한 과수원에 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으면서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그러고는 어김없이 겨울이 오고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맘때쯤이면 우리는 누구나 한 해를 뒤돌아보게 된다. 나는 올해에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무엇이 아쉬웠는가?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등등의 일들을 살피게 된다. 그때 제주 올레가 가슴을 차고 올라왔다.

 

자유인이 된 지 6, 마음속 깊은 곳에 꽈리를 털고 있던 그 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연말이라 주위도 어수선하였다. 그래서 신년 초에 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행동이었다.

 

이번 여행은 45일로 잡았다. 4박이래야 가는 날과 오는 날을 빼면 3일이다. 부족한 여정이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 한 코스씩 천천히 걷기로 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걸을까? 1코스부터 순차적으로 걸을 생각도 했으나, 우리는 그런 계획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계획 그 자체가 구속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때그때 편한 대로 하자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다.

 

말하자면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니 천천히 시간 나는 대로 걷자는 생각이다. 물론 올레길 26개 코스 완주는 우리의 목표다.

 

그리하여 이번 여행에서 7코스와 2코스 그리고 9코스를 걸었다. 걸으면서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와 본향당의 신령스러움을 맛보았고, 산과 들과 바다, 그리고 마을이 어우러진 올레길의 매력에 푹 빠졌다.

 

또한 올레길 위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제주의 민속과 역사를 맛볼 수 있었다. 다음 여행을 기다리며 여행기를 쓴다. 5)-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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