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8일(금요일) 오후 7시 30분, 우리는 서둘러서 업무를 마치고 버스 두 대를 전세 내어 성남시를 출발하여 천왕봉으로 향했다. 밤늦게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中山里)에 도착해서 잠깐 자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도시락을 싸서, 중산리를 출발하여 우리나라에서 해발이 가장 높게 위치한 절인 법계사를 지나 천왕봉 정상에 오르니 뜻밖에 별천지였다.
눈이 부시게 하얀 흰 꽃은 천왕봉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꽃 중에서 가장 청초(淸楚)한 꽃이 바로 눈꽃이란 걸 우리는 천왕봉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겨울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정상에는 몹시 추웠다. 이런 분위기에 대비한답시고 옷도 두껍게 입었지만 그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고 매서웠다. 손가락을 호호 불면서 가져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었다.
그날 우리는 중산리에서 법계사를 거쳐 천왕봉에 오르고 장터목 산장에서 하동군수가 지리산 구경 왔다가 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의 하동 바위(94년 咸陽郡 마천면 애향회가 발행한 마천(馬川) 향토지에 기록되어 있음)를 거쳐 백무동(白霧洞)으로 하산하였다.
산을 기어 내려오면서 본 주위의 단풍은 또 얼마나 붉은가, 누가 산을 산이라고 했는가, 산이 바로 자연이고 자연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솟았다.
등산은 하산할 때 조심해야 한다. 오를 때는 다리에 힘이 있어 쉽다지만, 산을 내려올 때는 모두가 모든 곳에 힘이 빠진 상태이니 조심 또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十常)이다.
오늘처럼 단체로 산행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선두와 후미의 보조와 연락이 중요하다. 서로 끊어지면 헤어진다. 헤어지면 만나기 어렵다. 그러면 산행은 엉망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무전기 3대를 미리 준비하여 선두에 한 대, 중간에 한 대, 후미에 한 대, 이렇게 배치하였다. 같이 산행한 동료 직원이 팔십여 명이니 각기 걷는 속도가 다르고 근력이 다르기에 후미 직원들을 중심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하여 그날의 산행은 무사고였다.
거기에는 산행을 총괄한 총무팀장과 과장이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해준 결과로 생각한다. 탁월한 준비 정신에 고마움을 느낀다.
하산 후에 이어지는, 백무동에서의 식사는 또 어떤가. 흑염소 불고기! 그 맛이 고소하고 달착지근하고 담백하다. 그 어디서도 먹어본 적 없는 황홀한 맛이다. 흑염소가 아니라 돌이라도 소화에는 문제가 없는 저녁 식사다.
그날 땀흘리고 멋있는 사람과의 맛있는 식사는 우리 성남시지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포만감에 잠겨 늦은 저녁을 먹고 성남에 도착하니 0시 30분이었다. 이로써 가을 체육 행사는 무사히 마쳤다.
산행을 한 우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에 임할 수 있었으니, 노사 화합의 체육 행사는 그야말로 성공적이었고, 행복하고 보람찬 1박 2일이었다.
다음날 나는 경남 본부장을 역임하신 구봉현 선배님과 부부 동반으로 이포CC에서 골프를 즐겼다. 그러나 피로한 줄을 몰랐다. 체력이 국력인 시절이었다. -31)-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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