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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살이>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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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6. 3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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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시작하면서 기념촬영

 

송년 행사를 끝으로 한 해가 저물고, 언제나처럼 새해가 밝았다. 11일 새해 첫날 성남의 전 임직원들은 인근의 불곡산에 올라 해맞이 행사 겸 환경보호 운동을 펼쳤다. 이런 해맞이 행사는 나의 오래된 일상이었다.

 

경남 진주에 근무할 때 지리산 천왕봉에 해맞이 행사를 가보면 마치 해수욕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다. 진주 등 인근에서 새벽을 가르고 달려온 사람들이다.

 

옛날부터 진주는 많은 상인이 활발한 영업을 하는 도시다. 그러니 자연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명산을 찾아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 이후 장사하는데, 큰 효과를 보았음은 자명하리라. 그렇게 정성을 다하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누굴 돕겠는가.

 

1월에 실시한 정기인사에서 승진과 이동이 있었다. 내가 은퇴 후에 지금까지 모임을 같이 하는 부() 지부장(최흥섭, 1955년생, 연세대 출신)이 새로 부임하였고, 정년퇴임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2월에 직거래 장터를 개장하고, 꽃피는 3월이 되었다. 31일에는 각 기관에서 3.1절 기념행사도 있었지만, 우리는 3·1절의 높은 뜻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하여 가까운 탄천을 걷기로 하였다. 탄천의 강물은 그렇게 넘치지는 않지만, 성남을 상징하는 길게 늘어진 강이다.

 

명목이 3·1절을 기리자는 뜻이지만 사실은 직원들의 극기 훈련이었다. 2005325(토요일), 8시경에 분당구 야탑동을 출발하여 복정동 성남시 경계선을 돌아서 구미동의 무지개마을까지 갔다가,

 

일요일 아침 6시까지 열 시간 동안 걸어서 다시 야탑동으로 돌아오는 총 40km 대장정이었다. 당 초에는 독립선언서에 나오는 33인을 기리고자 33km만 걷기로 하였으나 이왕 걷는 것, 성남을 일주하자는 마음으로 더 걸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한 직원의 모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에는 <처음 참가할 때는 걱정도 많이 되었으나, 졸음과 싸우고, 다리 통증과 싸우며, 완주하고 나니 자신감과 성취감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새롭게 태어나는 농협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시민 곁으로 가까이 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하였다.

 

역시 그렇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우리는 해냈다. 40km를 걷는다는 것은 너무나 무리라고……,처음에는 다들 반대했지만, 걷고 나니 우리들의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졌다. 이를 계기로 우리 성남시지부 직원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이 행사는 내 인생 최고의 행사가 되었다. 요즘이야 걷기가 일상처럼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걷기는 상당히 꺼리는 행동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런 계획이 누구한테서 어디로 나왔는지 모른다. 그저 감격할 뿐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일부 직원들과 지금도 모임을 함께하면서 그날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한다. 함께 걸었던 최 부 지부장은 그 후 본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임 후에, 현재 우리 모임을 이끄는 회장으로 추대되어 있다.

 

행사를 마치고 수일 후 상공회의소 회의가 있어 참석했더니, 상공회의소 회장께서 신문에서 행사 내용을 잘 읽었다면서 우리 회의소에서도 한번 해봐야겠다며, 그도 역시, 이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느냐며 나를 극찬해 주었다.

 

당시 나는 상공회의소의 위원이었다. 상공회의소 의원은 상공회의소의 모든 의사 결정 사항을 정하는 최고의 의결 기구다. -29)-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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