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청산에 살리라> 3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4. 3. 10. 18:31

본문

2. 서울

 

정문 셔터를 내린 지도 한참이 되었다. 이제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마지막 고객이 은행 후문을 막 나서고 있다. 지영이는 대 묶음의 현찰을 금고 속에 정리한 후 신문을 뒤적이는 팀장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팀장님, 오늘 신문 보셨나요?”

무슨 신문? 뭐 특별한 거 있어?”

 

아니, 그 백두 은행 기사요.”

~ 그거, 늘 그렇지만 신문은 믿을 게 못 돼. 과장이 심하지.”

 

하지만 그 기사, 아주 상세하던데요. 자금 담당이 브로커와 짜고 외국 채권을 고가로 매입했다던데요. 게다가 채권 발행 회사는 부도로 없어졌다니, 그 은행 이제 파산하는 거 아닌가요?”

 

글쎄, 두고 봐야 알겠지만, 자금 담당이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주도적으로 했겠어. 거래 회사 편의를 봐주려다가 조금 걸렸겠지.”

 

그건 그렇고 팀장님……, 저어……,”

 

? ~, 오늘 퇴근길에 생맥주나 한잔할까?”

아 네, 그러시지요.”

 

사실, 지영이는 요즘 조금 불안하다. 팀장이 무슨 기업의 어음 쪼가리를 맡기고 금고 현찰을 빌려 가서는 상환해 주지 않고 있다. 내일 바로 정리해 주겠다던 것이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기야 팀장 연봉이 얼만데 그깟 기천 가지고 어디 펑크 내겠냐 싶긴 하다.

 

하지만 오늘 신문에 은행 사고가 보도되었으니 혹시 감독원이나 본점에서 불시 점검이라도 들여 닥치면 재수 없게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 계장. . 한잔하지.”

 

퇴근하면서 팀장과 지영이는 사무실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역 너머의 호프집에서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생맥주 안주에는 노가리가 최고라는 그 노가리를 뜯으면서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거 있지. 어음. 너무 걱정하지 마. 그 회사는 안전한 회사야.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여 잠시 융통한 것뿐이야.”

 

, 걱정보다도 거래회사 부도를 막기 위하여 편법을 쓰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요.”

 

, 그럴 테지. 입행한 지 얼마 안 되니까.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은행 근무하다 보면 별일이 다 있어. 거래처를 놓치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규정 같은 것을 어길 때가 있어. 모두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은행을 위해서야.”

 

그렇지만, 팀장님. 이 일은 빨리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거래처도 좋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인 업무처리는 곤란합니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대출하면 되지 않습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일 해서 팀장님께 무슨 이익이 있습니까?” -계속-3)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산에 살리라> 5  (3) 2024.03.12
<청산에 살리라> 4  (1) 2024.03.11
<청산에 살리라> 2  (2) 2024.03.09
<청산에 살리라> 1  (3) 2024.03.08
<강변역에서> 7  (5) 2024.03.0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