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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평

by 웅석봉1 2023. 12. 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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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2014, 송무 옮김. 세계문학 전집 38)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의 암시라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달과 6펜스는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일탈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내레이터는 그가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원시의 섬에서 낙원의 비전을 보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자 그럼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도입부다.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의 위대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위대성이라 해서 때를 잘 만난 정치가나 성공한 군인을 수식하는, 그런 위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위대성은 그 사람의 지위에서 나오는 어떤 것이지 사람 자체가 가지는 특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황이 변하면 위대성에 대한 평가도 사뭇 달라지기 마련이다. 수상도 그 직을 떠나면 고작 잘난 척하는 말재주 꾼이 아닌가 여겨질 때가 많고, 장군도 부하를 잃으면 저잣거리의 보잘것없는 얘기 주인공으로 떨어지고 만다.

 

거기에 비하면 찰스 스트릭랜드의 위대성은 진짜였다. 그의 예술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튼 그의 예술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히고 매혹하게 한다. 그를 비웃음의 대상으로 삼았던 때는 지나갔다. 이제 그를 변호한다고 해서 괴짜로 취급당하거나 그를 찬양한다고 해서 편벽한 사람으로 취급당하지 않는다.

 

그의 결점은 장점을 보완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음을 이제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기야 예술가로서의 그의 위치에 대하여 지금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가 있다.

 

사실 그를 찬양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헐뜯는 사람들의 혹평만큼이나 변덕이 심하다. 다만 한 가지 의심할 수 없는 점은 그가 천재였다는 사실이다. (도입부)

 

그때만 해도 나는 인간의 천성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몰랐다.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그래도 어쩐지 모험적인 데가 있어 파리에 가까이 갈수록 마음이 설렜다. 나 자신이 극중 인물처럼 여겨졌고, 내게 주어진 역이 마음에 들었다. 나의 배역은 바람피운 남편을 너그러운 아내에게 돌려보내는 신뢰 받는 친구의 역이었다. (56) -계속-(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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