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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교육(16)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2. 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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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 2층 창문가에서 소장은 담배를 피워 물고 시위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립의 몸에는 경비복을 입고, 머리에는 <예절 보국>이라는 붉은 글씨의 머리띠도 선명하였다.

 

무립이 시위대 앞에 서서 고개를 약간 숙여 인사를 하고, 이어 -제가 이번 사태의 당사자로서- 하는데, 앞에 피켓 든 시위대가 -당신 누구야! 저놈은 뭐야! 당신 경비 아냐!- 하는 소리가 웅성거린다.

 

맞습니다. 제가 경빕니다. 제발 제 말 조금만 들어주시오. 난 말이오. 난 성 폭력배가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오. 난 오직 주민 여러분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당신이 뭔데 우리를 위하고, 나라를 위한다는 거요. 말 같잖은 소리 그만하고 가시오! 지금 당신을 상대로 시위하는 게 아니오. 우리는 폭력경비원의 교체와 소장의 해고를 요구하는 것이요. 주민 의사를 무시하는 경비업체는 물러가라는 거요. 어서~ 꺼지시오!”

 

이때 시위대 중간에서 고함과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저놈이다. 저놈이 폭력 경비, 바로 그놈이다. 주민을 무시하는 저놈을 잡아라. 저놈을 박살 내자!”

 

하는 고함과 야유소리와 동시에 돌멩이 몇 개가 무립의 몸으로 머리로 날아왔다. 이내 무립의 이마에는 피가 흐르고 그는 붉은 얼굴을 감싸 잡고 한 마디 소리도 없이 쓰려졌다.

 

여러분! 이러면 안 됩니다. 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됩니다. 이 사람은 깃털에 불과합니다. 이래서는 몸통을 바꿀 수 없어요. 폭력은 안 되오!”

 

시위대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러나 무립의 몸통 위로는 이미 시위대의 신발들이 어지럽게 지나간다. 뒤이은 전경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시위대는 썰물처럼 짧은 그림자를 지우고 사라졌다.

 

허물어진 무립은 절규한다. -예절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이놈들아- ~흑흑.

 

다음날 각 언론사에서는 동방아파트 촛불시위를 -국회의원보다 더 거룩한 경비원이 탄생했다고- 무립 씨의 사진과 함께 사회면을 크게 장식하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병실에는 쾌유를 비는 난초와 격문들이 병실 한 벽을 가득 채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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