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 1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2. 27. 09:00

본문

 

허 생원의 서초동 나들이

 

 

때는 게다짝이 물러가고 코쟁이 군홧발이 삼천리금수강산을 주름잡던 시절 어느 봄날이었다. 서울 남산 한옥촌의 허름한 초가에 살고 있는 허 생원이 붉은 저녁놀에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하여, 의관을 차려입고 물 좋기로 소문난 <명울관>으로 갔었다.

 

의기양양하게 현관으로 들어가서는 <VIP>실로 안내받아 참한 도우미 한 사람 옆에 두고 음담패설 섞어~가며 두어 시간 보냈다. 주지육림에 배가 산처럼 되어 이제 원 없이 마셨으니 되었다~생각하고, 계산하려고 보니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이라,

 

난감한 그는 양반 체면에 구차하게 변명하기도 거시기(?)하여 다음에 꼭 갚아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W.C 가는척하고 <명울관> 대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살짝 나섰다. ~, 막 현관 문지방을 건너는 찰라!

 

저놈 잡아라! 저 강도 도둑놈 잡아라!”

 

허 생원이 돌아보니 야구 방망이를 든 청경 두 분이 <명울관> 마당을 내달려 오고 있었다. 허 생원은 우선 저 방망이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삼십육계를 놓았다.

 

~, , 불사!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앞에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의 꼬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그만 붙들리고 말았다. 그 밤 허 생원은 서울역 검찰청이 아닌 서초동 경찰서로 바로 이송되었다. -으흑흑

 

여기서 허 생원 일가의 내력을 잠깐 소개하면, 그의 일가는 원래 저 남쪽 바닷가 부근에 살았는데 딸 둘에 아들 하나와 부인이 일가의 전부였다.

 

딸 둘은 이미 물 건너 직할시(直轄市)로 출가시켰고, 허수라는 막내 아들놈 하나 있는데 나이 삼십에 아직도 백수라, 당시로서는 결혼시키기에 너무 어려서(?) 한 삼 년 있다가 장가보낼 요량이었다.

 

해방은 되었으나 나라가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라, 곧 큰 난리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였다.

 

허 생원은 아들 장가보내고 손자 볼 때까지 난리는 피하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사를 정리한 후 궁리 끝에 난리가 나도 절대 안전하다는 남산 기슭 한옥촌으로 오게 되었다.

 

당시 평양에서 포를 쏘면 한 오백 킬로미터 지점에 떨어진다는 소문 때문에 이곳은 위험하고 남산이 제일 안전하다는 이유였다. 그날은 이사 온 지 이제 겨우 한 달 만이었다.

 

허 생원이 사라진 다음 날 그의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곧 다가올 육이오 사변은 난리 축에도 못 끼는 참으로 큰 난리였다.

 

아들 허수가 발광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허수 어미가 대문을 두들겨 패며 대성통곡을 두 시간 이상을 한다. 오죽하면 동네방네 사람들이 피난 보따리까지 쌌을까……,

 

자석 새끼 필요 없다! 허수 아배 죽었구나! 나도 따라 죽을~기다!” 허수 어머이 숨넘어간다. 1) 계속-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3  (5) 2023.12.29
<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2  (1) 2023.12.28
예절교육(17끝)  (3) 2023.12.09
예절교육(16)  (3) 2023.12.08
예절교육(15)  (1) 2023.12.0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