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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교육(14)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2. 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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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스승 공자는 논어 계씨 편에서 말씀하셨다. 불학시(不學詩)면 무이언(無而言)이요, 불학예(不學禮)면 무이립(無而立)이라고,……,시를 모르면(배우지 않으면) 말도 할 수가 없고, 예를 모르면(익히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설 수도 없다고 했거늘.……

 

어찌 그런 사람들이 올바른 사회생활을 할 수가 있겠는가? 하여, 공자의 후예임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그의 아버지가 아들 이름을 무립(無立)으로 지은 것은 무립의 인생 방향타를 제시한 운명적인 사건이었다.

 

예란 사회생활의 기본 도리가 아닌가. 그런 도리가 지금 땅에 떨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바로 세워야 한다.

 

퇴직하고 나서 그는 처음에는 예절에 관한 책을 저술할까도 생각했고, 사회단체에 들어가서 대중 교육을 할까,……,시도도 했지만, 그에게 맞는 떡은 없었다. 돈도 글재주도 경력도 변변찮은 육십 넘은 퇴물을 누가 알아주랴.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역 부근의 아파트 안을 가로질러 가다가, 아파트 주차장의 무질서한 주차 형태와 어린이들이 무감각한 욕설로 싸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무립은 문제는 아파트라고 소리쳤다. 그것이 무립을 아파트 경비원으로 끌어들인 이유였다.

 

아파트 경비원은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불량한 주민을 선도하고 월급도 받는 것은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처처(處處)에 암초가 있겠지만 이 일에 그의 남은 인생을 걸어보자고 생각한 것이 일 년 전의 일이다.

 

무립은 소주 한 병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내일 밤 그는 시위대 앞에 당당히 나서서 모든 걸 설명하고 시위대를 해산시켜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시위가 중단되지 않고 확대되자 경찰은 조사를 재개했다. 다음 날 오전 무립과 소장은 지구대 조사실에서 경위 한 사람과 마주 앉았다.

 

공 무립 씨. 확실히 말해보세요. 그날 옥상에서 일 말이요.”

 

지난번 말씀드린 대롭니다. 여자가 옥상에서 오줌을 누고 있기에, 하도 기가 차서 소리를 질렀지요. 그다음은 그 여자가 나를 잡고 늘어져 나와 엎어졌고, 이내 나는 털고 일어나 옥상을 내려왔던 것뿐입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 후로 그 여자를 본 적도 없습니다. 지금도 그 여자가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이상입니다.”

 

, 그럼,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처음에 당신이 그 여자에게 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까? 또 엎어져서 당신이 일어났을 때 그 여자는 어찌하였습니까?”

 

, 확실치는 않지만, 처음에 내가 여자에게 한 말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보면 걱정이요 부인! 그 정도로 기억됩니다. 틀린 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은 아마,……,잠깐 기절한 그 여자도 바로 일어나서 나와는 반대쪽으로 달아난 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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