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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교육(12)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2.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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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새봄이 되면 옥상에는 겨우내 밀린 빨래나 이불을 말리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긴 하다. ,……,상상해 보자. 여자가 옥상에 빨래를 늘다가 소변이 마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볼일을 본다.

 

그때 경비가 옥상으로 순찰을 온다. 이때 여자의 달덩이 같은 젊은 엉덩이를 본 늙은 경비의 마음이 청춘으로 변한다. 그래서 볼일 보는 여자를 덮친다. 그래 그게 맞아! 그런 상황이라면 창피하기도 하고 또 얼마나 억울할까. 흑흑흑

 

이러한 사실들을 정리하는데, 1301호의 뇌리에는 촛불시위가 번개처럼 떠 오른 것이다. 산책에서 돌아온 그녀는 시나리오를 정리하며 쾌재를 불렀다. 이놈의 경비를 박살 낼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다음날 시위대는 1301호가 작성한 다음과 같은 호소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이 호소문(30개 동, 동당 180가구 5,400)을 복사하여 즉시로 아파트 전 세대의 우편함에 넣었다.

 

*동방아파트 입주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지금 우리 아파트 8동 주민들은 경비업체로부터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수일 전에 우리 입주민 중에 젊은 여자 한 분이, 겨울 담요를 옥상에 말리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피해자는 창피하고 억울해서 공개적으로 호소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경비는 평소에도 주민들을 피 교육생쯤으로 생각하는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교육하려 들고 있으며,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부 아이들을 장시간 세워놓고 훈시를 일삼는가 하면,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자기에게 좀 불손하게 대한다고 중학생(사실은 고등학생)을 몽둥이로 때려 머리에 상처를 입히는 폭력을 쓰기도 했습니다.

 

입주자 여러분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이러한 사실을 관리소장에게 수차 항의했고, 소장의 사과와 해당 경비원의 즉각적인 해고를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소장은 우리들의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경비원 길들이기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인권 침해 사항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우리는 오늘 밤부터 분연히 일어서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주민 여러분! 오늘 저녁 촛불 하나씩을 들고 관리소 앞에서 만납시다. 동참을 호소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을 표방하는 동방아파트 8동 주민 일동 올림-

 

때는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 5월로 접어들었다. 그날 밤 관리소 앞에는 십여 개의 촛불이 모였다. 2층 소장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관리소장은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꼴에 촛불까지, 제법이네! 우하하!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소장은 경찰서에 시위를 신고하였다. 그날 시위대는 구호를 몇 번 외치고는 밤 8시경에 자신 해산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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