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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교육(5)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1. 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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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당직으로부터 어젯밤이 일어난 일을 보고 받은 관리소장은 역시 공 씨가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당직이 소장에게 보고하는 그 시간에 무립은 아파트를 나서고 있었다. 비번이라 집에서 잠을 청하지만 그의 육신은 쑤시고 아리었다.

 

그놈의 패대기치는 억센 손을 피하고 막느라, 있는 용 없는 용 다 써는 바람에 모처럼 심한 운동을 한 것이리라. 모로 돌아누우면서 무립은 생각에 잠긴다.

 

물질이 인간을 앞서는 세상이 옳은 세상인가. 돈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아니다. 돈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이라고 다 행복한가. 단호히 아니다. 사업이 잘되고 돈이 굴러들어 올 때 무립은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무언가 불안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돈은 없어도 행복하다. 행복은 인간이 가져다준다. 인간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다. 그렇게 말할 게 아니라 참된 인간, 예절 인간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은 소장이다. 소장은 나의 사회 인식을 믿는다. 나도 소장을 믿는다. 아니 소장뿐이 아니다. 참된 주민도 믿는다. 다만 일부 덜된 인간들이 나를 모함하더라도 나는 나의 소신을 굽히면 안 된다. 예절 인간 즉, 올바른 주민을 만드는 일이 내가 아파트 경비원이 된 이유이고, 그것이 나의 소임이다-무립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언제나 무립은 경비실과 아파트 주변을 청소하는 것부터 하루 일을 시작한다. 주변을 청소한다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우선, 경비실 내의 의자나 책상이나 집기들이 제자리 정해진 위치에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그것은 만사가 제자리에 있어야 비상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빗자루를 들고 주차장으로 나선다.

 

아직도 새벽엔 봄바람이 차가웠지만, 몸에 땀이 날 때까지 아파트 주변을 청소한다.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라고 그렇게 방송하는데도 아파트 주차장에는 언제나 꽁초들이 게으름뱅이 논에 피처럼 무성하였다.

 

점심 식사 후에 무립은 아파트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일과 중의 하나다. 소화도 시킬 겸 불법 영업행위를 하는 보따리 장사들은 없는지 해서다.

 

8동으로 온 지도 한 달이 지나고 있는 그날도 단지를 순찰 하는 중이었다. 놀이터 한쪽의 요란한 소리에 눈을 돌리니 학생들로 보이는 네댓 명이 담배를 피우면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어라, 이놈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네. 책가방을 끼고 있는 것이 머리에 쇠똥도 안 마른 고등학생들이 분명한데- 일당을 발견한 무립은 의무감에 흥분된 채 조용히 다가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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