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도 아련한 감흥이 절로 들어오지 않는가. 이처럼, 좋은 시란 읽으면 바로 느껴지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음으로 그 내용이 우리 일반 서민들의 삶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어 화자가 남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춤추는 코스모스를 곁에 끼고 시골길을 걸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향수를 느끼고 저무는 인생무상도 느낄 것이다.
코스모스는 들판의 꽃이요 갈대의 꽃이다. 바람이 고요하면 하늘거리고 거세면 쓰려질 듯이 요동친다. 그러다가 바람이 뚝 그치면 코스모스도 뚝 그친다.
코스모스 한 송이는 빈약하고 여리지만, 무리 지어 피면 웅장하고 화려하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민중이 꽃이겠다.
코스모스는 살이 찌거나 튼튼하지도 않다. 가늘고 연약하다. 그래서 그 누구를 괴롭히거나 해코지할 수가 없다. 항상 외진 곳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피고 지는 꽃이다.
그것은 바로 돈도 없고 백도 없는 가난한 서민의 꽃이다. 호주머니가 넉넉하여 한 번이라고 먹고 싶은 것 먹어 본 일이 있는 꽃이더냐. 항상 빈 호주머니인 추운 인생 아니더냐.
그런 가난한 인생이라 해서 어찌 고향이 없을 소며, 어찌, 할 말이 없겠는가. 오히려 잘 사는 사람들보다 더 ‘그간의 일들’이 가슴을 찢고 있으리.
그런 아픈 상처를 언제 마음 터놓고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이 삭막한 세상을 떠나 언제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리.
시인은 말한다. 코스모스 같은 인생 이제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향 가서 그간의 고통을 털어 내고 싶다. 남들은 나더러 교수(동덕여대)하고 있으니 잘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아직도 마음은 감옥 안이다. 그 시절 얼마나 감옥을 들락거렸는가. 그때 신세 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시인은 또 말한다. ‘입은 은혜 산같이 무겁고 끼친 폐는 처처에 즐비하다. 감사니, 미안이니 하는 말들은 헛된 수사일 뿐이다’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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