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쑥국>
우리들 마음속에/ 저 무채색의 겨울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거든/ 바닷길 푸르게 열리는/ 남쪽 어느 포구 마을을 찾아가자// 사량도 맑은 바람 속에 자란/ 쑥 한 소쿠리/ 욕지도 깊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펄펄 뛰는 도다리로/ 도다리쑥국을 한 솥 끓이자// 쑥은 민초들 구황의 푸성귀/ 곰이 변신하여/ 여자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마법의 약초*//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밥상 위에는 이른 봄이/ 아지랑이로 피어오르고// 우리 마음속/ 사나운 북풍은 숨을 죽이리//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목마름도 배고품도/ 문득 가시고/ 우리 마음속/ 꽝꽝한 얼음은 녹아내리리.//
*단군 어머니 웅녀 이야기.
허영자 시인의 <도다리쑥국> 전문
<어설픈 해설>
초봄이 되면 쑥이 지천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쑥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과 신장. 간장의 기능을 강화한다”라고 되어있고, 더구나 쑥은 살균. 진통. 소염. 콜레스테롤 저하 등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피를 맑게 하여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군신화에서도 곰이 백 일 동안 쑥만 먹고 사람이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진기한 마법의 약초인가. 여기다가 가을 하면 전어요, 봄 하면 도다리가 최고의 생선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니 여기에 쑥을 더하여 국을 끓이면 도다리쑥국이 되는데 그 국이 나른한 봄날 우리 몸을 깨우는 금상첨화의 음식임은 자명하다.
이제 시를 감상해보자. 아직도 저 무채색의 겨울의 끝나지 않아 다소 쌀쌀하지만, 욕지도인가 사량도인가 남쪽 포구를 찾아간다. 거기서 건져 올린 도다리에 파릇파릇 솟아나는 쑥으로 국을 끓여보자.
그러면 밥상 위에 이른 봄이 찾아오고 아지랑이까지 피어오를 것이다. 그러면 우리네 마음속에는 벌써 겨우내 그 사납던 북풍은 감쪽같이 사라지리. 그러면 우리들의 목마름도 가시고 배고픔도 가실 것이고 그러면 우리 마음속에는 꽝꽝한 얼음도 녹아내릴 것이다. 그래서 도다리쑥국 한 그릇이면 가히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다.
경남 함양에 가면 2009년에 개관한 <지리산 문학관>이 있는데 이 문학관에는 오십 한 분의 문인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특별히 세 분의 문학인을 지리산의 3대 시인을 선정하였다는데,
그분들은 정읍 출신 장순하(1928년~ 사망). 함양 출신 허영자(1938년~ 현재). 산청 출신 강희근(1943년~현재)이다. 여기 허영자 시인이 바로 그 3대 시인의 한 분으로 선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을 둘러싼 3개 고을에서 골고루 선정된 셈이다.
허영자 시인은 1962년 박목월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제20대 한국 여성문학회 회장과 32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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