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사의 집>과 <구천사>라는 사찰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천사의 집만 열 개가 넘었다. 그리고 구천사도 다섯이나 되었다. 하나하나 천천히 조사해 들어갔다. 주소. 위치. 규모. 운영 주체. 설립 일자를 확인하면서 나는 이들이 있는 곳이, 적어도 15년은 되어야 하고……, 절이나 교회 같은 종교시설은 아닐 것이라고 일단 추정하면서 제외해 나갔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낸 메일에는 15년 전부터 어머니를 알고 지냈다는 것과 분명히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하였다는 점이다. 하느님은 일반인이 주로 쓰는 말이다. 만약 이들이 사찰에 있다면 분명히 부처님께 기도할 것이고, 기독교나 천주교라면 주로 주님께 기도한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 15년이 안 된 시설과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제외하자. 그러고 나니 두 군데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가까운 수도권이다. 이번 주말에 그곳을 찾아가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14
청명 한식도 지나니 완연한 봄이다. 아파트의 정원수들이 제법 파릇파릇하다. 지난 며칠 동안 황사가 무척이나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가을하늘처럼 높고 깨끗하다. 아침 일찍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뒷좌석에 태우고 차를 움직였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두 곳을 입력하였다. 한 곳은 서울 시내 변두리에 있고 또 다른 한 곳은 교외에 있었다. 나는 먼 곳부터 먼저 가기로 했다. 도로 양편으로 가로수가 푸른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올림픽 대로를 따라 달리니 향긋한 풀냄새가 차 안으로 스며든다. 상쾌하다. 뒷좌석에 엄마를 태우고 이렇게 드라이브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꿈을 꾸어본다. 차를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내비게이션이 목적지 부근이라고 안내한다. 아이들은 잠들어 있다. 마을과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이다. 그곳은 마침 뒷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이라 조그만 공터에는 차들이 제법 주차해 있다.
뒷산은 지방공원쯤은 되는 모양이다. 등산로 표시 말뚝이 서 있다.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차에서 내려서 산으로 오른다. 공터와 연이어 아주 오래된 조그마한 기와집이 하나 있다. 그 집은 대문도 없고 담장도 없다. 대문이 없으니 자연 천사의 집이라는 문패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51) (1) | 2023.05.03 |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50) (2) | 2023.05.02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8) (1) | 2023.04.29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7) (1) | 2023.04.28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6) (1) | 2023.04.2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