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 장수 아지매
산청읍내 네거리 농협 앞 보도에
흰옷 입은 한 아지매 장날마다 나타나서
고품질 최첨단이란
칫솔을 팔고 있다.
올 때마다 똑같아도 언제나 첨단이고
급박한 홍보기간은 끝날 날이 언제인지
오늘도 놓치지 말라며
샐쭉샐쭉 웃어댄다.
아지매요, 덥십니더 좀 쉬었다 하이소
장돌뱅이 선머슴이 이윽히 농 걸어도
좌판을 쓰다듬으며
단호히 버텨낸다.
코흘리개 초등생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아, 배고프다며 안겨들 시간인데
저리도 냉엄할 줄은
그 누가 또 알 것인가.
서석조 시조 시인의 <칫솔 장수 아지매> 전문
<어설픈 해설>
칫솔의 용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식사하고 나서 치아를 청소하는 기구가 칫솔인데 그 칫솔을 파는 흰옷 입은 아주머니가 주인공이다. 흰옷 입은 아주머니라 했으니 차림새는 볼품이 없겠다.
그런데 그 칫솔은 고품질 최첨단 기술로 만들었다니 얼마나 잘 팔릴지는 의문이지만 장날마다 샐쭉샐쭉 웃으면서, 고품질. 고품질 자랑하니 그 끈기가 대단하다. 볼품없는 사람과 최첨단 고품질이라니 어울리지 못한다.
게다가 파는 장소가 백화점도 아니고 도시도 아닌 군 단위 5일 장의 농협은행 사거리 노점이라니 이 또한 의문이다. 하긴 산청읍 내에서는 이곳이 가장 요지이고 보니 파는 사람으로서는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긴 하다만.
아주머니의 당당한 모습에서 시인은 초등학생쯤 될 아주머니의 아들이 하교 후에 배고프다고 호소하는 그 모습을 상상하건만 이를 무시하고 저리도 냉엄할 줄 그 누가 또 알았을까. 그 강한 모성애와 인간애를 느껴 보는 것이었다.
산청의 5일 장은 매월 1일과 6일인데 장날마다 찾아와서 칫솔 파는 아주머니가 시인의 눈에 들어온다. 당시 시인은 농협의 산청지부장이었다.
시인은 <<시조세계>> 신인상으로 등단(2004년)하여 2013년에는 <<바람의 기미를 캐다>> <<각연사 오디>> 기행 시조집 <<별처럼 멀리 와서>> 등 많은 시작을 한 중견 시인이다.
시인은 경북 청도에서 출생하여 초등학교는 고향에서 중.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으며 1974년 농협에 입사하여 삼천포지점장. 진해중앙지점장. 창원 반림지점장. 창원 봉곡지점장. 산청군지부장. 김해 동지점장을 차례로 역임한 정통 농협 맨이다.
시인도 나도 칠순을 넘겼으니 인생 후반부인데 시간이 아쉬울 정도다. 시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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