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대 시인의 <도담삼봉>
떠내려왔다고 한다
태생적 부유 설화에
시달려 온 처지라 소문이 횡횡하다
알 수가 없다
떠내려온 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동천 옥답 논갈이 하러 왔는가
천상 궁녀 춤사위 따라왔는가
베틀 놓고 잉아 걸어 짜낼 수도 없고
수묵 담채로 그려낼 수도 없는
물과 바람의 세월이여!
그 앞에
누구든
서 있기만 하면
세상의 절경
부르기만 하면
세상의 명창
읊기만 하면
세상의 절편.
박영대 시인의 <도담삼봉> 전문
<어설픈 해설>
도담삼봉(嶋潭三峰)은 태생적으로 자고로 부유설(浮遊說)이 많은 돌섬이다. 그것은 너무도 기기묘묘한 바위들이기 때문이리라. 그중에서도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이 강력한 홍수에 떠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언제일까. 과연 사실일까?
충청북도 매포면 삼봉로 644-13번지 도담삼봉으로 가는 나루에서부터 도담삼봉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노래를 들어본다. 삼봉인 정도전이 불렀던가. 퇴계인 이황이 불렀던가, 또, 황준량. 홍이상. 김정희. 김홍도. 정선 등등이 부르거나 그렸던가.
그중에서 이황이 불렀다는 노래를 들어보자.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녁노을이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에는 푸른 절벽에 드리워지고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
세 봉우리는 모두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데 가운데 제일 높은 주봉은 장군같이 늠름하여 마치 주인 같고, 남(南) 봉은 교태가 넘치니, 마치 첩년 같고, 북(北) 봉은 이를 어연하게 바라다 보니 마치 본처 같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박영대 시인이 바라본 도담삼봉은 어떤가. 떠내려온 속내를 알 수가 없다고 하나 왜 모르겠는가. 그만큼 도담삼봉이 보면 볼수록 묘하다는 생각 아닐까.
그런데 4연에 그 해답을 내놓는다. 베틀 놓고 잉아 걸어 짜낼 수도 없고 수묵 담채로 그려낼 수도 없는 물과 바람의 세월이여! 바로 그게 답이다. 물과 바람과 세월이 이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시인은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서 있기만 하면 세상의 절경이고 부르기만 하면 세상의 명창이고 읊기만 하면 세상의 절편이 되는 것이리라. 과연 박영대 시인의 표현은 그야말로 눈을 감고 생각하니 모두가 기묘하고도 또 절묘할 뿐이로다. 그래서 시인은 위대한 것이리라.
박영대 시인은 지금 단양의 하선암 아래 <아리산방>이라는 작은 골방에서 오늘도 시작과 수석 수집에 열중이다.
<아리산방>에 걸린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또한 한 편의 시다.
*단양 선암계곡 작은 글방입니다. 시와 글과 그림을 그리고 수석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소소한 공간으로 마련했습니다. 꿈 푸르게 길 나서다 구르고 구르면서 젖힌 숫자놀음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고 물 따라 흐른 몽돌 하나 강섶에 방을 놓다 아리아리랑*
시인은 2002년 서울 문학지 가을호에 정공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그동안 수많은 시를 발표하고 있으나 단독 시집을 출판하지는 않았다. 시인과의 통화에서 그 연유를 알아보니 특별한 이유는 없고 인쇄비 낭비가 우려될 것이라는 겸손의 말을 하였다. 이 또한 위대한 일이다.
한편 시인은 수석에도 조예를 넓혀 2023년 1월, 수석동호인 모임인 석맥회(石脈會) 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인이다. 시인은 현재 대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 중이다. 박 시인의 빠른 쾌유와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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