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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85

서평

by 웅석봉1 2026. 2.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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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1887~1984),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소설 김삿갓185

 

그리하여 이날 밤 두 사람은 제각기 엉뚱한 기대를, 가지고 술을 마구 퍼마셨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일이 지나도 무봉(無縫)<그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一切) 말이 없지 않은가.

 

날씨가 나날이 따뜻해 와서 방랑(放浪)의 길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은데, 무봉은 훈장(訓長) 문제에 대해 일체 말이 없으니,……,

 

김삿갓은 기다리다 못해 어느 날은 무봉(無縫)을 일부러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무봉(無縫) 선생! 그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겁니까?>

 

그 일이란 말할 것도 없이 훈장(訓長) 문제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무봉은 김 향수(鄕首)가 언제쯤 죽게 되느냐고 물어보는 줄로 지레짐작하고,

 

<그 일이라면 며칠만 더 기다려요, 향수(鄕首) 어른이 돌아가실 날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요,>

하고 말한다.

 

<향수(鄕首) 어른이 꼭 돌아가셔야만 합니까, 그 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라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김삿갓은 어디까지나 훈장(訓長) 문제를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봉(無縫)은 누이동생에 관한 일인 줄로 알고,

 

<그렇게도 급()하시오?>

하고 묻는다.

 

<별로 급() 할 것은 없지만,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빨리 해결(解決)을 지어 버리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알았어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지금 비상(非常) 수단(手段)을 쓰고 있는, 중이니까, 얼마 후에는 결말(結末)이 나게 될 거요, 그러나 삿갓 선생이 그렇게도 급하시다면 하루 이틀만 더 기다려 주시오, 그사이에 내가 어떡하든지 일을 꾸며 보도록 하겠소.>

 

그리고 헤어진 바로 그다음 날 밤의 일이었다. 김삿갓이 정신(精神)없이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이불 속에서 여자(女子)의 목소리로,

 

<삿갓 선생(先生)!>

하고 몸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자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나며,

<누구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불 속의 여인(女人)은 일어나려는 김삿갓의 몸을 짓눌러 버리며 침착한 어조(語調),

<삿갓 선생님, 놀라지 마세요, 저예요,>

 

<제가 누구요?>

<무봉(無縫)의 누이동생 봉녀(奉女)예요>

 

<옛 봉녀(奉女) 여사(女史)?>

김삿갓은 다시 한번 놀라며,


<봉녀(奉女) 여사가 어떻게 여기에 와 있소?>

그러면서 깨닫고 보니 봉녀(奉女)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가 아닌가.

 

젊은 여인이 알몸뚱이로 누워 있는 탓인지, 이불 속에서는 향기(香氣)로운 지분(脂粉, 연지와 백분) 냄새가 정신을 황홀(恍惚)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봉녀(奉女)는 김삿갓의 팔을 힘주어 움켜잡으며 호소(呼訴)하듯 속삭인다.

 

<오라버니께서 오늘 밤 삿갓 선생(先生)을 모시라는 말씀이, 계셔서 채면 없이 이렇게 모시려 온 것입니다,>

 

<뭐요? 무봉(無縫)이 나를 모시라고 해서 왔다구요?>

<오라버니의 말씀이 없었더라도 저는 오래전부터 삿갓 선생을 사모(思慕)하고 있었습니다,>

 

<당신(當身)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요? 당신한테는 김 향수(鄕首)가 있는데,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삿갓은 젊은 여인의 육체(肉體)가 몸에 접촉(接觸)되는 순간(瞬間)부터 전신(全身)이 후끈 달아오르는 본능적(本能的)인 욕구(慾求)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

여인(女人)은 김삿갓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말이 없었다. 그제야 깨닫고 보니, 여인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여인이 울고 있음을 깨닫자, 김삿갓은 별안간 측은(惻隱)한 생각이 들었다.

 

<울기는 왜 우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얘기나 좀 들어 봅시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42~144-계속-(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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