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김삿갓》 184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
<제가 대우(待遇)에 불만(不滿)을 품고 이 마을을 떠나려는 줄 아신다면, 그것은 커다란 오해(誤解) 이십니다, 저는 돈에는 관심(關心)이 없기, 때문에 보수(報酬)를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무봉(無縫)은 돈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더니, 어이가 없는지 입을 딱 벌린다.
<돈에 관심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인생(人生)이란 돈과 권력(權力)과 계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데, 돈에 관심이 없다면 선생은 무엇 때문에 살아간다는 말씀이오!>
무봉(無縫)은 김삿갓이 철부지(不知)로만 보이는지, 비웃는 듯한 어조(語調)로 물어본다. 김삿갓은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한다.
<무봉 선생, 저는 돈에도 관심이 없지만, 권력(權力)에는 더더욱 관심(關心)이 없습니다>
그 대답(對答)에 무봉은 더욱 놀라는 기색이었다.
<어허! 돈에도 관심이 없고, 권력에도 관심이 없다? ……, 그렇다면 모든 관심(關心)은 오직 계집에게만 있다는 말씀인가요?>
무봉의 사고방식(思考方式)이 너무도 유치(幼稚)하고 단순(單純)하여,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을 밖에 없었다.
<하하하, 돈에도 관심이 없고, 권력에도 관심이 없다면 결국(結局)은 그렇게 되는 겁니까?>
말할 것도 없이 그 말은 농담(弄談)이었다. 그러나 무봉은 그 말을 수긍(首肯)하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알겠소이다, 자고로 영웅(英雄)은 색(色)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더니, 삿갓 선생은 역시 영웅적인 인물(人物)임에 틀림이 없구려, 그 문제라면 내가 알아서 해결(解決)해 드릴 테니 행여 우리 마을을 떠날 생각은 하지 마시오,>
무봉(無縫)은 누이동생 봉녀(奉女)를 머릿속에 그려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백락촌(百樂村)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여 봉녀 얘기 같은 것은 꿈도 꾸고 있지 않았다.
<마침, 김시춘(金時春)이라는 적임자(適任者)가 나타났으니, 서당을 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금강산(金剛山)으로 들어가게 해주십시오, 꼭 부탁입니다>
<글쎄,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줄로 아시오, 김시춘(金時春)이라나 뭐라나 하는 사람은 두 번 다시 입 밖에 내선 안 되오, 그 사람은 훈장이 될 만한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을 언제 만나 보셨다고 자격(資格)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만나 보나 마나 나는 다 알아요!>
김삿갓은 아무리 간청(懇請)을 해보았자 이야기가 풀릴 것 같지 않아, 숫제 화제(話題)를 엉뚱한 데로 돌려 버렸다.
<참, 향수(鄕首) 어른의 병환(病患)은 요새 좀 어떠십니까?>
김삿갓은 대화(對話)의 분위기를 바꿔 버리기 위해, 순전히 인사(人事)치레로 물어본 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봉(無縫)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또 다른 오해(誤解)를 한다.
(아하, 김 향수가 죽거든 누이동생을 맡아 달라고 했더니, 이 친구는 김 향수가 빨리 죽기를 몹시 고대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서당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한 것은 멀쩡한 엄포가, 아닌가) *어흥, 착각은 자유렷다*
무봉(無縫)은 자기 나름대로 그런 생각이 들자, 고개를 거듭 끄덕이며 말한다.
<삿갓 선생이 조급하게 여기는 심정(心情)은 알 만도 하오, 그러나 모든 일은 멀잖아,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니 선생은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무봉(無縫)이 말하는 원만한 해결이란, 김 향수(鄕首)가 멀지 않아 죽게 될 것이니까, 그가 죽고 나거든 봉녀(奉女)와의 결합을 원만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술이, 취해 정신(情神)이 오락가락했던 관계로 원만(圓滿)하게 해결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김시춘(金時春)의 문제인 줄로 잘못 알고 머리까지 수그려 보이며,
<무봉(無縫) 선생! 꼭 부탁입니다, 이 문제만은 되도록 빨라 해결해 주도록 하시옵소서>
하고 간곡(懇曲)하게 부탁까지 하였다.
무봉(無縫)은 김삿갓에게 술을 권하며 다시 말한다.
<글쎄, 알았다니까, 그러네요, 그 문제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요, 삿갓 선생이 그렇게도 소원(所願)이라면 내가 비상(非常) 수단을 써서라도 신속(迅速)히 해결(解決)해 드릴 테니까 나만 믿어요.>
<고맙습니다, 그러면 무봉(無縫) 선생을 믿고 안심(安心)하고 술을 마시겠습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 (제2권), 140쪽~142쪽-계속-(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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