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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87

서평

by 웅석봉1 2026. 2. 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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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동 작가(1951년~ 현재), 전 농협 지점장.

 

소설 김삿갓187

 

<아까는 맘대로 찾아왔다가 야단(惹端)을 치시더니, 그동안에 마음이 변하셨어요?>

 

<우리는 이미 남남지간(男男之間)이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그럴밖에, 없지 않아?>

 

그리고 봉녀(奉女)의 엉덩이를 정답게 어루만져 주다가 별안간 생각이 난 것처럼,

<, 봉녀는 오라버니가 나를 모시라고 해서 마지못해 찾아온 것처럼 말했는데, 무봉(無縫)이 봉녀(奉女)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사실인가?>

하고 물어보았다.

 

봉녀(奉女)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 잠시 주저(躊躇)하는 빛을 보이다가 말한다.

 

<오라버니가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오라버니의 말씀이 없었더라도 저는 언젠가는 자진해서 삿갓 선생(先生)을 찾아왔을 거예요, 저는 그만큼 삿갓 선생을 남모르게 사모(思慕)하고 있었던걸요,>

 

<나같이 못난 놈을 그처럼 사모해 준다니 고맙군그래……, 무봉(無縫)이 뭐라고 말하면서 나를 모시라고 하던가?>

 

<향수(鄕首) 어른이 돌아가시거든 삿갓 선생과 결혼(結婚)시켜 줄 테네, 지금부터 정()을 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 무봉은 그런 생각으로 봉녀(奉女)를 내게 보냈었구먼,>

 

김삿갓은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고개를 예사롭게 끄덕여 보였지만, 실상인즉 무봉(無縫)의 무시무시한 음모(陰謀)에 등골이 오싹해 올 지경이었다.

 

봉녀(奉女)는 잠시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가,

<혹시 삿갓 선생은 어젯밤의 일로 후회(後悔)하는 건 아니세요?>

 

김삿갓은 당황히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천만에! 내가 후회할 리가 있는가, 그러나 김 향수(鄕首)가 언제 죽을지 그것이 문제(問題)거든! 한두 달쯤 후에 죽는다면 기다릴 수 있지만 일 년 후에 죽을지, 이태 후에 죽을지 그것만은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 말에 봉녀(奉女)는 자신 있는 어조(語調)로 이렇게 대답(對答)하는 것이었다.

<아니에요, 결코 오래가지는 못할 거예요,>

 

<오래 가지 못하다니?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러자 봉녀(奉女)는 김삿갓의 손을 꼭 움켜잡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이 얘기는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영감님은 2, 3일 안으로 꼭 돌아가시게 되어 있어요,>

하고 속삭이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봉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섬뜩하였다. 김 향수(鄕首)2, 3일 안으로 꼭 죽게 된다고 확언(確言)하는 것을 보면, 무봉과 봉녀(奉女)는 공동 모의(謀議)를 하여, 김 향수(鄕首)게 독약(毒藥)을 먹여 죽이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런 장담(壯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봉은 목적(目的)을 위해서는 수단(手段)을 가리지 않는 위인(爲人)이어서 봉녀(奉女), 하여금 한밤중에 김삿갓의 이불 속으로 덤벼들어 가게 한 것도 어쩌면 그런 음모(陰謀)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혹(疑惑)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김삿갓은 음모의 진상(眞相)을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고 싶어, 슬쩍 이렇게 물어보았다.

<김 향수(鄕首)는 지난겨울부터 돌아가신다고 하면서 아직도 살아 있는 분이 아닌가, 그런 분이 2, 3일 안으로 죽는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장하느냐 말야,>

 

봉녀(奉女)는 또다시 자신(自信) 있게 대답한다.

<그 문제(問題)는 걱정하실 것 없어요, 오라버니가 그러시는데, 이번만은 틀림없이 돌아가신다는 거예요,>

 

<나는 무봉(無縫)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니까 그러네, 지난겨울에도 무봉은 김 향수(鄕首)가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건만, 아직도 살아 있지 않는가, 그러니까 무봉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요,>

 

<이번만은 사정(事情)이 좀 달라요,>

<다르기는 뭐가 달라, 우리 사이에 숨길 일이 뭐가 있겠는가,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 주어요, 그래야만 나도 봉녀(奉女)를 믿고 마음의 자세(姿勢)를 가다듬을 게 아닌가,>

 

그 말에 봉녀(奉女)는 무척 감격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기가 너무도 거북스러운지 한동안 주저(躊躇)하는 빛을 보이다가,

 

<오라버니가 이번만은 그 양반(兩班)한테 특별한 약()을 쓰고 계시는 것 같아요,>

하고 조그맣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47~149-계속-(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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