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月)이 가고/ 해(日)가 온다// 밝았으면(明),
문학(文學)은 설명(說明)이 아니고 묘사(描寫)요 상징(象徵)이자 해학(諧謔)이다. 문학 장르에서 운문(韻文)이 시(詩)고, 운문 아닌 것이 산문(散文)이다.
산문은 수필(隨筆)인데 그중에 스토리(Story)가 있으면 소설(小說)이 된다. 소설이 마라톤이라면 수필은 백 미터 달리기와 같다. 그리고 시(詩)는 높이 뛰기나 멀리 뛰기라 하겠다.
문학은 어떤 주제(主題)를 표현하고자 하는 수단(手段)이니 짧을수록 경제적이다. 그런 면에서 시인(詩人)이 가장 명석한 부류이고 소설가(小說家)는 하등(?)이다. 마찬가지로 소설을 읽는 사람보다 시를 읽는 사람이 합리적(合理的) 인간(人間)(?)이다.
시 중에서도 짧은 시를 읽는 독자(讀者)가 더욱 시간 절약형(節約形)이다. 짧은 시는 해석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바로 가슴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신춘(新春) 문예(文藝)에 당선된 시들이 대부분 한 면(面)을 넘는 분량(分量)이다. 게다가 일독(一讀)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도 드물다. 시 문단(文壇)의 현실(現實)이 이러하니 시가 시집(詩集)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들이여 시를 살리려면 짧은 시를 쓰라.
저물어가는 12월에 새해를 생각하며 유명 시인의 짧은 시를 소개(紹介)한다.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이정록, <서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한 늙은이의/ 더러운 욕망이/ 저토록 많은 꽃봉오리를/ 짓밟은 줄은 몰랐다.
-민영, <수유리 하나>
*여보 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껍질만을 남겼다.
-최승호, <전집>
*꽃 그려 새 울려 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서정춘, <봄, 파르티잔>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 <그 꽃>
*무금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가/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한다.
-조오현, <내가 나를 바라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섬>
*울지 말라 아픈 사람아// 겨울이 가장 오래 머무는 / 저 큰 산이 너 아니더냐
-이대홍, <큰 산>
*하모니카/ 불고 싶다
-황순원, <빌딩>
*산 뽕잎에 빗방울이 친다/ 멧비둘기가 난다/ 나무등걸에서 자벌레가 고개를 들었다 멧비둘기 켠을 본다.
-백석, <산山비>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음새/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음새를/ 줄여서 새라 부르나 보다
-이가림, <새>
*밥을 먹다가 본다/ 앞 사람이 참 좋다. 그렇다// 밥을 먹다가, 나, 참.
-박의상, <발견>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다 속삭인다// “곡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_유자효, <인생>
*나는 저렇게 수많은 싱싱한 생명들이 한순간에 죽음의 낯빛으로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시영,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박정만, <종시>
*장꾼들이// 점심때 좌판 옆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그 주변이 둥그렇고/ 따뜻합니다.
-안도현, <장날>
*여러 새가 울었단다/ 여러 산을 넘었단다/ 저승까지 갔다가 돌아왔단다
-서정춘, <단풍놀이>
*어리고, 배고픈 자식이 고향을 떴다// ---아가, 애비 말 잊지 마라/ 가서 배불리 먹고사는 곳/ 그곳이 고향이란다
-서정춘, <30년 전, 1959, 겨울>
*여기서부터, -멀리/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죽편 竹篇. 1 –여행>
*하늘이 조용한 절집을 굽어보시다가 댓돌 위의 고무신 한 켤레가 구름 아래 구름보다 희지고 있는 것을 머쓱하게 엿보시었다.
-서정춘, <경내 境內>
*겨울이 왔네/ 외등도 없는 골목길을/ 찹쌀떡 장수가/ 길게 지나가네/ 눈이 내리네
-민영, <겨울밤>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정호승, <문득>
*산골에서는 집터를 치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 고기를 먹었다
-백석, <노루>
*봉이 날아왔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네
-박찬, <鳳今>
*월(月)이 가고,
해(日)가 온다. 밝(明)았으면.
-무명씨 <12월>
*열려라! 참깨야/ 뚝딱/ 38선이 터졌다
-무명씨, <도깨비방망이>
*그림도 아닌 것이/ 벽도 아닌 것이// 살아 있다
-무명씨, <프레임>
# 여기서 무명씨는 누구? 2011년 어느 겨울에. 끝.
<대화> (1) | 2025.07.01 |
---|---|
<가난한 사랑 노래> (7) | 2025.02.28 |
변종환의 <풀잎의 잠> (1) | 2025.01.31 |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2) | 2025.01.08 |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1) | 2025.01.0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