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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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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2. 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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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는 뭘까?

 

세균은 스스로 증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다. 세균과 바이러스 모두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이다. 세포인가 아닌가로 구분한다. 세균은 세포 분열로 스스로 증식하는 반면, 바이러스는 다른 생물의 세포를 감염시켜 기생한다.

 

세균과 바이러스 둘 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다. 세균의 크기는 1밀리미터의 1,000분의 1‘마이크로미터()’ 단위를 사용하며, 광학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다. 바이러스는 더 작아서 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인 나노미터() 단위를 사용하며 광학현미경보다 더 정밀한 전자현미경을 사용해야 식별할 수 있다.

 

세균은 높은 온도와 높은 습도를 좋아한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세균이 음식물 속에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반대로 바이러스는 고온다습에 약하다. 감기와 계절성 독감인 인플루엔자는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 유행하기 쉽다.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인체편><엮은이 키즈나출판 편집부, 옮긴이 서수지, 감수 이경훈, 하라다 도모유키(原田知辛) (사람과 나무 사이, 2023)>, 31쪽에서 인용.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대정읍 시장을 지나니 <산이물>이라는 빗돌이 우리를 반긴다.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해변이다.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장소다. 지금도 이곳에서 채소도 씻고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는 모양이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이곳이 마을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런 <산이물> 뒤쪽 양지바른 언덕에 작은 공원 하나가 졸고 있다. 모슬포 푸른 바다가 넓게 보이는 풍경 속에 작은 노래비가 곱게 세워져 있는 곳이다.

 

아치형의 노래비는 가운데 <해녀상>을 두고 왼쪽은 노래 가사를 새기고, 오른쪽에는 노래가 만들어진 유래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의 비석과는 다른 모습에 이끌려 배낭을 풀고 자리에 앉아 찬찬히 살펴보았다.

 

비석은 <삼다도 소식>이란 노래비였다. 19516.25 전쟁 시절<1훈련소 군예대(軍藝隊)>가 이곳에 있었고, 여기서 이 노래가 만들어져 피난민들이나 훈련병들이 애창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사를 읽어보니 나도 알만한 노래가 아닌가.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황금심 노래 <삼다도 소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섬 제주, 연자방아 돌리는 노랫소리에 군인(아버지)들은 그 얼마나 부인을 그리워했을까? 1절만 여기 옮겨 본다.

 

-삼다도라 제주에는 돌맹이도 많은데/ 발부리에 걷어채는 사람은 없다 드냐/ 달빛이 새어드는 연자방앗간/ 밤새워 들려오는 콧노래가 구성 진다/ ~~콧노래 구성 진다/

 

여기서 <삼다도 소식>을 만나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

 

나는 젊은 시절 논산에 있는 육군 제2훈련소에서 입대하여 대기병으로 있었는데, 당시 논산이 제2훈련소라면 도대체 제1훈련소는 어디인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제1훈련소가 이곳 모슬포에 있다니,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개인적인 이야기 하나만 더하면, 선친께서는 전쟁이 일어나자 스물다섯의 늦은 나이에 이곳 <1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고 전방에 배치되셨다.

 

생전에 훈련소 생활을 듣노라면 가슴이 메었다. 허기(虛飢)와 바람()이 사람을 못살게 굴었고, 배가 고파 창자가 붙어버린 느낌이었으며, 바람이 하도 매서워 밤에 화장실 출입이 겁나서 물도 제대로 못 마셨다는 기억을 가끔 풀어내시었다.

 

남자들은 누구나 둔대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난다. 당시는 아무리 힘들었더라도 과거는 찬란한 것이 아니던가! 훈련소에서의 고통을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 선친께서는 이곳 모슬포에서 훈련받을 때 나는 태어나기도 전이였으니 <삼다도 소식>은 바로 내 아버지의 노래였다. 그 훈련소 터가 모슬포항 들머리에 있었다.

 

<삼다도 소식>을 뒤로 하고 모슬봉을 향하여 길을 걸었다. 길은 차도를 건너 대한불교법화종 <칠상사>를 지나는데 <칠상사> 입구의 적힌 글 <소원이 이루어지는 도량>이라는 옳으신 말씀을 지나서 <대정청소년수련관>도 지나고, 대정여고 후문도 지나고, 또 남제주요양원도 지나서 모슬봉 산길로 들어선다.

 

길가의 들에는 푸른 무밭이 하염없고, 가끔은 비닐 멀칭을 한 마늘밭도 보였다. 이제 촉이 나는 저 마늘이 내면 봄이면 농부들의 지갑을 채워 주리라. 어허 기분~ 좋을~ 씨고. 그런가 하면 모슬봉 입구에는 제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족 묘원들이 양지바른 쪽에 누워있는 모습이 참 따뜻해 보인다.

 

길은 모슬봉의 남측 중간 허리를 돌아 오르다가 9부 능선에서 북측으론 내려선다. 내려선 북측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아마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위험한 길이 될 것 같다. -10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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