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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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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4. 10. 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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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공지영 작가의 2011이상문학상 작품상수상 소감을 읽어보자.

 

제목백지 앞, 자유로운 희망.

 

*참 이상하다. 삶이 날 얼마나 사랑하기에, 열망했을 때는 주지 않고 다 내려놓으면 이렇게 주는 걸까? 버려도 버려도 누군가 밤새 분리수거해서 다시 내 가슴 한복판으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돋아나는 내 헛된 욕망을 그래도 부지런히 내다 버린 정성을 하늘이 조금은, 알아주었나 보다.

 

연락을 받은 날은 아주 추운 날 아침이었는데 집을 나서다 말고 소식을 들었다. 찬바람이 뺨에 부딪히는데 섬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생각보다 내가 많이 기뻐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은 춥고 죽음은 도처에서 우리를 엄습해 오지만, 아직도 백지 앞에 앉으면 대체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걸까? 막막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더 자유롭게 희망을 노래하련다.

 

인간은 그리 작은 존재가 아니고, 삶은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며, 사람들 사이의 연대는 소중한 것이다……라는 희망을.

 

심사위원 선생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저를 지켜주셨던 독자분들, 선생님 때문에 우리 엄마와 화해했어요. 선생님 때문에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선생님 때문에 자살하지 않았어요.……그런 말들로 이미 내게 큰 상을 주었고 나를 울게 만든 수많은 독자와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수상 소감의 제목이 <백지 앞, 자유로운 희망>인데 읽어보니,……,독자분들이 작가를 지켜주었고, 독자분들이 작가의 인생을 바뀌게 했고, 독자분들이 작가를 자살하지 않게 했고, 독자분들이 엄마와 화해하게 했다니,……,

 

모든 것이 독자들의 자랑이고 독자들의 희망이었다니 그런 의미에서 독자분들만 바라보고 글을 쓰겠다는 다짐의 소감이라 하겠다. 그렇지, 글쟁이들은 오직 독자분들이 최고의 고객이지.

 

***각설하고 올레길을 걸어보자.

 

제주 올레, 길 위의 풍경7~1코스(월드컵경기장~ 외돌개 올레)

 

제주 올레는 제주 해변을 끼고 걷는 스물한 개의 정규코스와 특별한 의미를 두고 개설한 다섯 개의 알파(특별한) 코스로 구분된다. 정규코스는 1, 2, 3 등의 나가는데, 알파 코스는 ‘~’가 붙은 코스다. 1~1(우도), 10~1(가파도), 18~1(추자도), 7~1(고근산), 14~1(무릉 곶자왈) 코스가 그 길들이다.

 

제주에는 본섬 이외에도 우도, 추자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 다섯 섬 중에서 올레길(알파 코스)에는 마라도와 비양도가 빠져있다. 아마도 작은 섬이라 코스 만들기에는 부족했었다고 추측은 되지만, 마라도는 가파도에, 비양도는 14코스에 포함하면 될듯한데 아무튼 아쉽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자면 제주의 수많은 명소 중에 유독 고근산 코스(7~1)와 무릉 곶자왈 코스(14~1)만이 올레길에 포함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우리는 아직 알파 코스는 한 곳도 걸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첫날, 시범적으로 7~1코스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오전에 다른 볼일이 있어 점심을 일찍 먹고 코스 시작점인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월드컵경기장은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의 건너편에 있었다. 경기장 앞의 올레 간세와 인사를 나누고 일주서로(一走西路)를 건너 <아름다운 문화공원 화장실>이라는 간판만큼이나 깨끗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올레 리본에 따라 이어지는 작은 공원으로 들어섰다.

 

남쪽 바다를 바라보는 아파트단지들 사이로 자리 잡은 공원 입구에는 시민헌장과 도로원표라는 비석이 한가하고, 원표에는 서울 486, 부산 310, 광주 251이라는 숫자 표시가 있는데, 여기서 육지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것이리라.

 

공원에 들어서니 날씨는 흐렸지만, 공기는 포근하였다. 작은 공원에도 몇 그루의 왕벚꽃이 피었다. 봄 향기가 물씬 풍긴다. 오는 봄은 언제나 가슴 설레게 한다.

 

문득, 여기 어디 메에 작은 아파트 한 채 구해서 아예 제주에 눌러앉고 싶다. 마침 아파트를 나서는 중늙은이가 있어 시세를 물으니 돌아오는 말씀,

 

-글쎄요? 매물이 없으니, 시세가 없겠네요.

 

딱 잘라 말하는 것이 귀찮다는 표정이다. 귀하신 서귀포 아파트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공원을 뒤로하고 길을 걸으니, 분양을 앞둔 신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뼈대는 거의 완성된 고층 아파트다. 최근에 분양공고를 낸 인기 있는 아파트다. 서귀포 시내는 거의 그렇겠지만 이 아파트도 전망이 아주 좋아 보인다.

 

길은 서귀포 <대신 중학교>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산길로 이어진다. 산길 초입에도 단독주택들의 공사도 한창이다. 전망 좋은 자리이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예정된 일이겠지만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길을 따라 산속으로 좀 들어가니 약초 농원의 하수오 넝쿨이 탐스럽다. 농원 입구에는 작은 진돗개 한 마리가 끙끙거린다. 목줄이 풀려있어 다소 긴장되긴 했지만 마침 주인이 개를 부르니 개는 제집으로 들어간다. ~. -48)-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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