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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3

서평

by 웅석봉1 2024. 3. 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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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대웅전

 

-원하옵건대 한 번 죽음으로써 나라의 부끄러움을 만분의 일이나마 씻으려 하옵거니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신이 미리 헤아릴 바가 아닙니다.

 

54일 새벽 이순신의 함대는 출정을 준비하였다. 전라좌수영 관할지인 여수. 순천. 고흥. 광양 등지의 백성들이 새벽 여수항에 모여들었다. 침략자들에 맞서 미지의 바다를 출항하는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그 함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살아 돌아와 만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출정이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어린 아들과 딸이 울어댔다. 남편을 떠나보내는 젊은 아낙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들을 떠나보내는 늙은 어머니들은 대성통곡을 했다.

 

이순신과 함께 출정하는 5,000여 명의 병사들 모두 흐느껴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국가 수호의 임무 앞에 사적인 감정을 미루고 이순신과 전라좌수영의 수군들은 우렁찬 함성(喊聲) 소리와 함께 전함들은 여수항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여수항을 출항한 전라좌수영 함대는 몇 시간 만에 남해의 미조항에 도착했다. 여수항을 출발하기 전에 남해 현령에게 출정을 알렸고, 합류를 권하였다. 남해는 경상우수영 소속이라 명령권은 없었기에 권고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남해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민들이 거의 모두 피난을 가버리고 심지어 남해 현령마저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순신의 전라좌수영 전함은 이를 박차고 동쪽으로 향하여 창선도를 지나 사량도가 건너다보이는 <소비포>에 도착하여 배 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인 55, 이순신의 함대는 한산도가 내려다보이는 <당포>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비로소 원균의 경상우수영과 만났다. 그러나 원균(1540~1597)은 단 1척의 판옥선만을 이끌고 나타났다. 더구나 판옥선에는 함포조차도 실려있지 않았다.

 

원균은 경상좌수영 박홍이 육지로 도망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자신감을 잃었다. 그래서 박홍처럼 자신도 도망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옥포 만호 이운룡(1562~1610)의 만류로 이순신 함대에 도움을 요청한 터였다.

 

여기서 잠깐 선조수정신록 (宣組 修正 實錄) 15925을 읽어 보자

 

-왜적이 바다를 건너오자, 경상 우수사 원균은 대적 할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전선과 무기들을 모조리 바다에 가라앉히고 수군 일만여 명을 뿔뿔이 흩어지게 한 다음, 옥포 만호 이운룡(李雲龍, 1562~1610), 영등포 만호 우치적(禹致績, 1560~1626)과 함께 남해 앞바다에 머물러 있다가 육지에 올라 적을 피하려고 하였다.-

 

원균이 경상우수영의 모든 판옥선을 수장시킨 것은 아니었고, 자신이 타고 도망 다닐 한 척은 남겼다. 이순신의 입장에서는 부양할 가족만 늘어난 셈이다. 이순신이 왔다는 소식에 경상우수영의 8관과 16포 여기저기 숨어있던 원균의 부하들이 나타나기는 했는데 이를 수습해 보니 판옥선이 4척뿐이었다.

 

이렇게 전라좌수영 판옥선 24척과 경상우수영 4척까지 총 28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56일 당항포를 나섰다. 이들 함대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거제도 송미포(다대리로 추정)에서 다시 하룻밤을 보내고 57일 새벽 <송미포>에서 거제도 연안을 끼고 서서히 이동하였다.

 

이순신은 남해 연안을 지나면서 크고 작은 섬마다 척후병을 보내어 적의 동태를 살폈다. 그러기를 한참, 거제도 옥포 앞바다에서 신기전(神機箭, 세종 때 개발한 고체 로켓)이 날아올랐다.

옥포만에 일본 전투선 50여 척이 정박해 있었다.

 

섬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솟아올랐고, 섬에 상륙한 일본군들이 약탈이 한창이었다. 약탈하느라 정신이 없는 일본군은 조선 수군의 존재를 무시하는 듯 바다를 향한 어떠한 경계 조치도 없었다. 긴장된 상황에서 이순신은 전 수군을 엄중히 타일렀다.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고 산같이 정중하라” (勿令妄動 靜重如山) -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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