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산청농협 최동호 상무 작품
4. 서울
지영이는 올 초 은행 인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였다. 하지만 말이 승진이지 하는 일은 종전처럼 창구 근무다. 다만 급여에서 책임자 수당이 붙어 월급이 기십만 원 올랐을 뿐이다. 앞으로 5~6년이 지나야 팀장으로 승진하게 될 것이다.
영수가 지영이의 승진 축하 기념으로 아주 잘생긴 홍옥 세 상자를 보내왔다. 한 상자는 지영이 몫이고 두 상자는 사무소 직원들의 몫으로 보냈다는데……지영이는 그것을 풀어 전 직원들에게 몇 개씩 돌렸다.
지점장은 축하 자리에서,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앞으로 더욱 은행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지영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규정 따지지 말고 매사를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하여 업적 위주로 살아야 인정받는 책임자가 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지영의 손을 굳게 잡아 주었다.
그런 지점장도, 그리고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던 팀장도 남겨 두고 지영이는 이번 인사에서 목동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 부임한 지점에서 여신 담당으로 보직을 받았다. 역시 창구 근무이긴 하지만 확실히 행원 시절보다는 보직이 좋다. 단순한 창구업무가 아니라 상담하는 일이었다. 상담의 내용은 여신이 주 업무다. 그러니 자연 근무 시간에도 여유가 좀 있다.
그는 언제나처럼 오늘 자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을 볼 때는 정치·사회·문화면은 대충 보지만 경제면은 꼼꼼히 챙긴다. 특히 정치면은 건성으로 본다. 정치는 생물이라 정답이 없고 항상 유동적이라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경제면은 자세히 본다.
정치는 미래고 경제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자 경제면 기사를 보다가 잠깐 놀랐다. <한라 은행> 현금 횡령 사고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출납 담당 직원 박 아무개는 은행 금고에서 수시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현찰을 빼내 3년 동안 도박과 주식투기로 탕진하였다. 그는 금고를 비우면서 출납 원장을 조작했다. 은행의 현금 계정에는 현찰과 유가증권이 포함되는데, 비어 있는 현찰 대신 위조수표를 채워 넣어 정상인 것처럼 위장하였다. 박 아무개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은행 내부에 공모자가 없고서는 이처럼 장기간 사고가 은폐될 수 없다고 보고 공모자 색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신문 사설에는 *은행사고 이대로는 안 된다* 는 제목으로 사고의 원인과 대책에 대하여 소상히 나열하고 있다. 특히 은행원의 도덕성 문제와 내부통제 문제를 특별히 거론하였다.
은행원의 도덕성은 판검사보다 더욱 엄격해야 한다고까지 강조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2023년) 과대 배당도 문제가 많아 금융당국의 질타도 있는 만큼 특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하였고,
지금의 은행 내부통제는 거의 형식에 불과하다고 진단하면서, 집행 부서와의 견고한 차단벽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지영이는 지난해 팀장의 어음 건이 기억났다. 당시 자칫 고삐를 늦추었으면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하다. 물론 그때도 사고지만 발각되지 않았으니 행운이긴 하다.
그는 퇴근 시간에 맞추어 책상을 정리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고향 청산골의 영수다.
“야, 지영아 나다. 너 잘 있냐?”
“아~ 그래 오랜만이다. 우짠일이고?” -계속-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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