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잔금 날이 왔다. 그러나 약속 시각에 창숙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여 그녀의 핸드폰을 눌렀다.…… 어~라 통화가 안 되네, 아예 없는 전화번호라니 그럴 리가 있나.
그래서 계약서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고 보니 창숙이의 남편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었다. 아니 통화라도 한 일이 없었다. 혹시 창숙이가 잠수를?
인터넷으로 부동산등기소에 접속하여 아파트 등기부를 다시 열람하였다. 설정도 압류도 없었다. 처음대로 깨끗하다. 아파트를 찾아 나섰다. 벨을 눌러도 기척이 없다.
경비실에 물어도 잘 모른다는 답변이다. 경비실에 쪽지를 남기고 돌아오는 수밖에,…… 그날 밤이 늦었는데 전화가 울렸다. 창숙이 남편이었다.
“집사람이 보름 전에 사라져서 가출 신고를 해 둔 상태요. 혹시 우리 집사람 있는 곳이라도 아시오!”
무슨 말씀을 하는 거요. 가출이라니! 이런 호랑말코 같은 세상아! 그년이 중개수수료 나한테 줄려고 동네 부동산 두고 여기로 왔다더니, 사기를 쳐도 칠 데를 쳐야지.
아니 그런데 네 놈은 또 뭐냐. 지 통장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그것도 몰랐나. 통장 찾아보시오. 당신 통장으로 돈 넣었으니, 당신이 책임져야지요!
“통장이라고? 내 통장은 여기 있소. 여편네가 가지고 있는 통장은 관리비 통장이겠지. 그건 항상 여편네가 관리하는 거요. 나는 모르오!”
그건, 당신이 여편네 관리 잘못한 책임이지. 전화로는 안 되겠고 만나서 얘기합시다.…… 그리하여 다음 날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계약금 5천에 중도금 2억 5천이니, 3억을 가지고 창숙이가 잠수했다는 결론에 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창숙~아! 빨리 돌아오너라. 내가 너한테 무슨 원수진 일 있냐. 너 그러면 안 되지. 아무리 남편과 헤어지고 싶어도, 물귀신도 아니고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면 안 되지. 우린 소꿉친구지. 제발 돌아오너라.
하긴 부인이 남편을 속이고 남편 통장 가지고 도망간 사건이니, 남편 책임이고말고……, 하지만 그 일은 내 맘대로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매수자는 잔금을 받으라고 윽박지르고,
창숙이는 나타나지 않고, 창숙이 남편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이것이 중개사들이 얘기하는 소위 중개사고라는 것을 한참 후 화해조서를 작성하고서야 크게 깨달았다. 14)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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