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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12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4. 1. 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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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는 나를 한참 쳐다본다.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가격이 비싸니 좀 깎자는 말은 없지만, 실망스럽고 한심하다는 눈초리다. 젊은이는 오늘 수고 많았다는 말을 쓴 얼굴에 그리며 문을 나선다.

 

그의 얼굴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매도인이 시가보다 분명히 싸다고 했으니,……

 

중개사님, 우리가 너무 매도인 입장만 생각한 게 아닐까요?”

 

실장이 나를 우러러보며 말했다. 그제야 나는 감정평가 교수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매 사례 가격이 만능이 아니다. 유사한 물건도 없고 더구나 매매 사례도 없는데 어찌 그런 가격을 적용할 수 있단 말인가.

 

공인중개사 시험에 감정평가 실무과목이 있는 이유를 이제야 실감하겠다. 매매 사례가 없는 물건은 무엇으로 가격을 산정할까?

 

그날 밤, 밤을 새워 내 나름대로 그 물건에 대하여 적정가격을 산출해 보았으나,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나는 그 계약을 끝내 성공시키지 못했다. 내가 진짜 초짜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7.

 

역시 민심은 초짜를 잘도 알아보는 모양이다.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지만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없을 수 있을까.

 

건너편 <동백 부동산>은 가끔 전세 거래라도 하는 모양인데 나는 2개월이 지나도록 계약다운 계약을 한 건도 못 했으니, 부동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체감으로 다가온다.

 

역시 아내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괜히 시작해서 돈은 돈대로 날리고 마음은 마음대로 상하고 있으니, 우울증에 건망증까지 겹치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정신을 차리자. 열정을 버리지 말자. 잘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자.

 

어느덧 혼돈의 도가니인 선거의 계절도 지나고 거리엔 꽃잎도 지고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날씨가 무덥다. 무더운 핸드폰이 윙윙거린다.

 

천 사장, 사업 잘되고 있어?”

 

초등학교 동기 창숙이가 웬일인가. 그럼 잘 지내지. 언제 놀려 와, 내가 점심 한 그릇 사지.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오겠다고? 그래 언제 올래. 오늘? 좋지. 1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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