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치과 있죠. 아니 있게 될 거예요. 아이 내 참. 전문가는커녕 초짜라고요? 2층에 치과가 있다고요. 그런데 3층에 또 치과 하라면 되느냐고요? 말도 안 된다고요.
아이쿠. 선생님. 요즘은 치과 위에 치과가 많다는데요. 농담하지 마시라고요. 여기가 강남이냐고요? 아, 죄송합니다. 역시 나는 초짜입니다.
그럼, 선생님. 다른 점포를 보러 가시죠? 다른 점포는 보나 마나 하다고요. 그럼, 다음에 다음에는 꼭! 다음 좋아하신다고요? 아니올시다. 굿~빠이!
6.
그런 일이 있고 난 지 꼭 보름이 지났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하려는데 가끔 들리시던 노(老) 회장님이 들어선다. 그분께도 커피 한 잔 올리니, 회장님이 자기 상가도 팔아 보라고 한다. 아, 회장님. 물론이지요. 제 전공과목이 상가거래 아닙니까.
“언젠가 말한 신촌 건물 말일세. 이제 서서히 재산 정리해야 될 것 같아서 말이야. 40억만 받아줘. 시세보다 1할은 싸게 파는 거야. 혹시 더 받으면 사장이 알아서 해!”
-아닙니다. 저는 공인중개삽니다. 공인은 수수료 외는 안 받습니다. 수수료만 받겠습니다. 수수료만 해도 얼만데, 더 받아. 안 되지.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는 우리 홈피에 다음과 같은 멋진 글을 올렸다.
*신촌 황금 상권에 일급 상가 매도! 현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함. 사후관리 책임짐. 성실한 매수인을 희망함. 성실과 신의를 사훈으로 하는 <천지인 공인>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물건임. 지금 전화 주시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음. 실행이 곧 기회임*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공인중개사는 국민의 4대 의무 이외에 중개사만의 4대 의무가 또 있다.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 신의성실 의무. 비밀 유지 의무와 중개 대상 물건의 확인, 설명의무가 그것이다. 중개사의 의무를 철저히 하자고 다짐한다.
다음날 소유권과 임대차 확인. 그리고 건물의 관리상태 등 제반 사항을 전문가답게 세세히 검토하였다. 매매 물건을 의뢰받은 그다음 주 금요일에 드디어 매수희망자가 나타났다.
30대 후반의 말쑥한 신사복이었다. 그 젊은이와 한나절을 그 건물 내부 구석구석과 주변을 둘러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젊은이는 건물이 마음에 드는 듯 내가 설명하는 동안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나는 결정하셔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사장님, 건물이 마음에 듭니다. 권리관계도 그렇고, 임차인들도 믿음직하고 영업도 그런대로 되는 것 같고, 사고 싶은데, 그런데 어떻게 해서 40억이 나왔죠?”
“가격? 그야 물론 건물주가 부르는 금액이죠. 그래도 건물주 말로는 시가보다는 1할은 다운 된 가격이라던데요. 뭐가 잘못됐나요?” 11)-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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