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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의 서초동 나들이> 9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4. 1. 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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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허수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수일 전에 회사에서 흘러가는 소리로 들은 바 있다.

 

하하, 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이제 생각나네. 거기 요즘 야간에 많이 유행해서 경찰이 집중 단속 중이랍니다. 그거는 아마 빨라야 4·19 이후에나 공론화될 거라지요. 어허허 앞서가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도 혹간,……,조심하세요.”

 

그날 허 생원은 포장마차 주모의 해박한 최신식 법률 지식과 눈웃음에 가슴을 쓰렸고, 아들 수는 처음 만든 NH 가치 카드로 똥폼 한 번 잡았다. 그 포장마차는 목하 성업 중이라 전한다. ⦓⦕∰

 

세월이 흘러 다시 진달래 만발하는 새봄이 왔다. 허 생원은 의관을 차려입고 서초동으로 행차한다. 오늘은 예약된 김 회장 면회 가는 날이다. 김 회장은 전국 골동품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무슨 수뢰사건에 연루되어 몇 년째 옥살이 중이다.

 

허 생원은 김 회장의 고향 후배이기도 하거니와 회장 되기 이전 시절부터 여러 가지로 인연이 깊은 사이다.

 

그런 옛 지인을 면회하려고 길을 나서니 허 생원의 마음이 찹찹하였다. 과연 죄란 무엇인지, 감옥 안과 밖은 무엇이 다른지,……, ≛‱₪

 

어떤 사람은 살인도 안 했고, 죄도 없는데, 감옥에서 20년씩 썩고, 어떤 사람은 죄짓고도 감옥 밖에서 활보하고 그런 일은 참말 없는지 괜스레 마음이 갈대다. 오늘 그는 평소 그답지 않게,……,철학적이다.

 

사람은 천성적으로 선하고 이타적인가, 아니면 악하고 이기적인가 스스로 생각해도 왔다 갔다 한다. 이기적인 것만 고백하면, 빨간불이 켜였어도 차가 안 오면 그냥 건널목을 건너고 싶다.

 

누가 공짜 밥 산다고 하면 얻어먹고 싶다. 다 같은 일 하고서도 남보다 돈 더 받고 싶다. 아무도 없는 오솔길에 어여쁜 여자를 만났다면 탐하고 싶은 맘 아직도 있다.

 

편법을 써서라도 내 아들 좋은 직장 취직시키고 싶다. 누가 나한테 좋은 곳에 쓰라면서 돈다발 갖다주면 난 그 돈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나는 감옥에 있지 않고 감옥 밖에서 활보하고 있는가. 그렇다. 나는 마음으로는 죄를 지었을지언정 행동으로는 죄를 짓지 않았지 않은가.

 

실정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 말이 맞는가? 아닐 것이다. 행동으로 옮긴 것도 많다. 운이 좋았다고? 

 

그건 그렇다 치고 마음의 죄는 죄가 아닌가? 증오의 죄는 죄가 아닌가. 나는 종교인이 아니라 잘 모른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안다. 그것이 어찌 종교의 문제인가.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면서 허 생원은 면회소를 들어섰고 김 회장을 기다렸다.

 

그날 허 생원은 이 진사 일행과 함께 면회가 약속되어 있었다. 평소 허 생원도 잘 아는 이 진사는 김 회장이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으로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회 지도급 인사다.

 

면회소는 다행히 변호사도 입회한 특별면회를 신청한지라 상당히 자유스러웠다. 면회인들은 김 회장과 서로 손잡고 한 20분 같이 있었다. §♨† 9)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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