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가정교육이 친가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지라, 딸은 시집 체면에 시아버지 이야기를 바른대로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시아버지가 서초동에서 친정아버지를 먼 발취에서 보았다고 한 말씀도 할 수가 없어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아버지야 언제나 무전 도사였으니 그 버릇 개 주었을까……, 으흐흐
“시아버님이 송사에 좀 걸려 지금 재판 중이라 면회 한번 왔습니더. 다행히 합의가 잘 돼가 다음 달에는 나오실 거라, 카데~예. 살다 보면 액땜한다고 그럴 때도 있다 아입니꺼.”
“오호 저런, 저런. 조심하지 않고 어찌하여 선비 같은 분이 그런 변고를 당했을꼬? 에헴, 그래도 지독한 서대문으로 안 간 기 다행이다, 천만다행이여.” 허 생원은 점잖을 깐다.
“가거들랑 집안에 두루 안부나 전하 거라. 사람은 의식주 문제가 제일이라고,……,둘째야. 그래 시아버지 면회 가니 혹시 내 이야기는 안 하던가?”
“아무 말씀 없던데~예, 아버지도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어~예?” 둘째도 시치미를 뗀다.
“아니다. 너 아버지는 서울로 이사 온 이후로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옛날 버릇이 어디로 갔는지 참 신기해 죽겠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어라.”
허수 모가 허 생원의 말을 가로채었다. 도둑놈 제 발 저리는 건지, 부부가 뭔지 참. 우우후.
그날 밤 허수가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둘째 누나와 어머니가 큰 방에서 도란거리고 있고, 아버지는 마루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누나를 보니 그전에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아버지. 그때 그 이야기, 마자~해 주이소.”
“무~신 이야기?”
“그 누나 시아버지 서초동 오신 스토리 말입니다.”
“쉿, 여기서는 곤란하고, 우리 날씨도 좋은데 어디 나가 한잔하면서, 어떨까?”
부자가 형제처럼 어깨동무하고 밖으로 나오니 마침 장마도 끝난지라, 날씨도 맑고 강바람도 팔팔 불어오니 온몸이 시원하였다. 인근 마포나루 왕갈비 포장마차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물소리, 바람 소리 풀벌레 소리도 애달프다.
“야, 모처럼 하늘 보니 고향 생각 나네. 저 별들 좀 봐라. 얼매나 반짝기리노. 허어, 이 귀뚜라미 소리하고는, 참 좋다.”
“아버지 되셨고요. 짜른 밤에 며엉만 잦다 밤, 새우것소. 한 잔 쭉 드시고 말씀하시지요.” 6)-계속-새해에도 더욱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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