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민음사》 간행 (2014년 3월)
막 수도원을 나선 열일곱 살 잔느는 앞으로 펼쳐질 감미로운 행복을 상상해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용모가 수려한 젊은 귀족 쥘리앵을 만나고, 일사천리로 둘의 결혼이 성사된다.
하지만 푀플성에 둥지를 튼 그녀는, 남편의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기질과 자신을 대하는 냉랭한 태도에 맞닥뜨린다.
잔느는 성에서 고적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이웃 백작 부인과 가까워 지지만, 백작 부인과 쥘리앵의 불륜을 목격하고 나서 모든 기대와 애증을 외아들 폴에게 쏟는다.
1883년 기 드 모파상이 34세에 출간된 『여자의 일생』은 육 년에 걸쳐 완성한 첫 장편 소설로서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작가는 평범한 행복을 꿈꾸던 여인이 겪는 인생의 굴곡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 냄으로써 생의 허무와 고독을 오롯이 전달하고 있다.
모파상의 고향이자 작품 배경인 노르망디의 목가적 풍경은 작품에 시적인 정취를 부여할 뿐 아니라, 아름답지만 무심한 자연의 큰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무력함을 한층 부각하고 있다.
모파상의 염세주의적 세계관에 뿌리를 둔 이 소설은 인간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성숙한 시선과 삶의 짙은 비애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발자크, 플로베르와 더불어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주도한 모파상의 대표 장편 소설이다.
*자 그럼,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의 도입부다.
-잔느는 짐을 다 꾸리고 나서 창가로 다가가 보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폭우가 밤새도록 창유리와 지붕을 세차게 두드렸다.
물을 잔뜩 머금은 채 낮게 드리운 하늘이 터지면서 땅 위로 물을 쏟아 내며, 땅을 곤죽으로 이기고 설탕처럼 녹이는 듯 보였다.
무거운 열기를 가득 담은 돌풍이 훑고 지나갔다. 넘쳐흐르는 개울물의 콸콸거리는 소리가 인적 없는 거리를 채웠고, 거리의 집들은 스펀지처럼 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습기는 집안으로 스며들어 지하실부터 다락방까지 벽을 따라 땀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제 수녀원에서 나와 마침내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되어서, 그토록 오래전부터 꿈꾸어 왔던 인생의 모든 행복을 이제 막 부여잡으려 하는 잔느는 날이 개지 않으면 아버지가 출발을 망설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부터 벌써 백번도 넘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여행 가방 속에 자신의 달력을 챙겨 넣는 것을 잊었음을 문득 깨달았다. 월별로 나뉘어 있고, 그림 가운데에 금색 글자로 그해 1819년의 날짜가 찍혀 있는 작은 판지 달력을 그녀는 벽에서 떼어 냈다.
그러고 나서 수녀원에서 나온 날인 5월 2일까지 성자의 이름 하나하나에 연필로 금을 그어 첫 네 칸을 지워 버렸다. 문밖에서 “자네트!”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아빠.” 잔느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설의 도입부. -계속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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