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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2-1

서평

by 웅석봉1 2023. 9. 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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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그해(1915) 늦은 여름 우리는 강과 들판 너머로 산이 바라다보이는 마을의 한 민가에서 지냈다. 강바닥에는 햇볕에 말라 희어진 돌들과 자갈들이 많았고, 빠르게 흐르는 맑은 강물은 군데군데 푸른색을 띠었다.

 

군대가 그 집 옆을 지나 길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그들이 일으킨 먼지가 나무 잎사귀들을 뿌옇게 만들었다. 나무줄기들 역시 먼지를 뒤집어썼고, 그해 가을에는 잎사귀들이 일찍 떨어졌다.

 

군대가 길을 따라 행진하면 먼지가 일어나고, 미풍에 흔들리던 잎사귀들이 떨어졌다. 병사들이 지나가고 나면 도로는 잎사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이 하얬다.

 

들판에는 곡식이 풍성했다. 과일나무를 키우는 과수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들판 너머의 산들은 갈색으로 앙상했다. 산속에서는 전투가 벌어져 밤마다 대포의 섬광을 볼 수 있었다.

 

대포 불빛은 어둠 속에서 여름날의 번개처럼 번쩍거렸다. 그러나 공기는 서늘했고 폭우가 닥쳐올 기미도 없었다. 때때로 어둠 속에서 창문 아래로 군대가 행진하는 소리와 견인차에 매달려 가는 박격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밤에는 안장 양쪽에 탄약통을 싣고 도로에 나선 노새들, 병사들을 나르는 회색 군용 트럭 등 차량 통행이 잦았고, 캔버스로 덮인 짐들을 적재한 다른 트럭들도 그 대열에 섞어 천천히 움직였다. *도입부다.

 

캐서린의 출혈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의료진은 출혈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병실로 들어가 캐서린이 숨을 거둘 때까지 곁을 지켰다. 그녀는 내내 의식을 찾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멈추었다.

 

병실 밖 복도에서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에 내가 할 일이 있습니까?”, “아뇨,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호텔까지 모셔다 드릴까요?” “아뇨, 됐습니다. 난 여기 잠시 더 있겠습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군요, 제가 얼마나 죄송한지……,” “아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안녕히……,”그가 말했다. “제가 호텔까지 모셔다드리면 안 될까요?” “아뇨, 됐습니다” “저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수술은 결국

 

거기에 대해서는 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말을 잘랐다.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면 좋을 텐데” “야뇨, 됐습니다그는 복도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병실 쪽으로 되돌아갔다.

 

지금 들어오시면 안 돼요간호사 중 한 명이 말했다. “아니, 들어가겠습니다나는 말했다. “아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당신은 여기서 나가 줘요나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간호사들을 내보낸 다음 문을 닫고 전등을 껐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병실에서 나온 나는 병원을 벗어나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걸었다. . *마지막 부다.

 

*이 소설은 1929927일에 스크리브너 사()에서 발간한 헤밍웨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단행본 발간에 앞서 스크리브너스 매거진6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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