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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교육(10)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12. 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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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러한 사례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논란이 있었다. 특히, 다섯 번째 항, 옥상에서 소마를 하지 마시오 하는데 도대체 소마가 뭐지? 소마에 대하여 인터넷으로 알아보는 등 소란을 잠시 피운다.

 

그런 다음에 경비가 올린 대자보에 대하여 논의하는데, 경비를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성토 일변도다. 이런 유치찬란한 내용들을 주의 사항이랍시고 대자보에 올린다는 것은 주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며 경비를 일제히 맹비난하였다.

 

그리고 오른쪽 익명의 대자보에 대한 토의도 있었다. 우선 이 대자보를 올린 주인공이 과연 누구냐는 것에 관심이 쏠렸는데, 아무도 나서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피해자가 나서야 고발하든지, 경비업체에 따지든지 할 텐데 모두 들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나오건 아니건, 오죽했으면 이런 대자보를 붙였겠는가. 하여 대자보의 주인공을 생각하니 경비가 죽이고 싶도록 괘씸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으흐흐

 

지난번 폭행 사건만 하여도 끝장을 보았어야 했는데 그냥 넘어갔더니,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폭력 피해 규탄에 동조하던 엄마는 핏대를 세웠다. 이번에는 꼭 피해자를 찾아서 이놈의 경비를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였다.

 

그리고 내일 관리소와 부녀회를 찾아가서 강력히 항의하기로 결의하고 반상회를 마쳤다. 다음 날 오전 관리소 앞에는 피켓, 둘이 시위가 한창이었다.

 

-주민 교육 웬 말이냐! 성폭력 일삼는 경비는 자폭하라!

-주민 위에 군림하는 경비를 추방하라! -관리소장은 즉시 사과하라!

 

이를 본 관리소장은 무립 씨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로부터 성폭력에 대한 소상한 설명을 들은 소장은 웃음을 참느라 어쩔 줄 모른다.

 

그러면 그렇지. 성폭력은 무슨 성폭력. 쓸데없는 소리.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경비라고 되지도 않는 모함을 해, 이놈의 군중심리 언제나 없어질까 한심한 대한민국! 소장은 무립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우후후.

 

그날 오후 피켓 두 개가 더 늘었다.

 

-폭력 경비 감싸는 관리업체 물러가라!

-허수아비 자치회는 주민 앞에 사과하라!

 

다음 날 오전에는 피켓 두 개가 더 등장하여 총 여섯 개가 되었다.

 

-주민 의견 무시하는 자치회장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관리소장 물러가라!

 

피켓 여섯 개가 이제는 제법 구호까지 외쳤다. 급기야 관리소에서는 한 차례 해명성 방송을 하였다. 성추행은 터무니없는 날조이며 주민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민의 편안한 삶을 위한 협조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우하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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