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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맨발>

시평

by 웅석봉1 2023. 11. 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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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 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문태준 시인의 맨발전문.

 

<어설픈 해설>

 

어물전의 개조개 한 마리가 빼꼼히 내민 맨발에서, 시인은 그의 처지가 저 개조개와 다르지 않음을 간파(看破)한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그것은 마치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로하기 위해 잠깐 관 밖으로 나온 것과 같았다.

 

시인도 저 개조개처럼 하루의 지친 일과를 마치고, 가난의 냄새가 펄펄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사랑하는 자식들은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아련하여라!

 

하지만 너무 상심치 마시라. 요즘은 건강을 위하여 너도나도 맨발 걷기가 유행이니 그 점은 참으로 다행이 아니겠는가!

 

문태준 시인(1970~)은 김천에서 출생하여 김천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4문예 중앙에 시 처서(處暑)외 아홉 편으로 등단.

 

1996년부터 불교방송에 입사하여 2020년 불교방송 제주지사 총괄국장으로 근무 중이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나무위키등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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