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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3)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4. 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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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콩 나듯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 집안에 가보면 부모는 순위가 끝번이야. 1순위가 누군지 알아? 저거 새끼들이야, 2순위는 아내. 3순위는 키우는 강아지야. 그리고 4순위가 자신이고, 마지막 5순위가 부모라는 거야. 이런 개떡 같은 세상이 지금이야. 물론 자식을 버리는 부모도 있지. 마치 엄마처럼 말이야.

 

요즘, 주거환경이 옛날 같지는 않지. 대가족에 맞지 않은 점도 있어. 옛날에는 집안이 넓었지. 마당도 있고, 사랑채도 있었고 앞뒤가 탁 튀었지. 지금은 성냥갑 같은 집이 대부분이라 꽉 막혀서 답답하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이 살려면 엄청 불편한 것도 사실이야.

 

화장실도 그렇고, 그래서 서로가 따로 살려고 해. 특히 지금은 수명이 많이 늘었어. 노인네들 건강도 아직은 청춘들이야. 그러니 며느리 구박받아 가면서 같이 살려고 하지 않아. 엄마도 편지에서 엄마의 인생이 따로 있다느니 운명이라느니 말했지. 하지만 생각해 봐. 땅덩어리 좁은 대한민국에서 좀 비좁게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면 ……,어디 덫 난 담!

 

어쨌든, 좋아요. 다 이유가 있겠지. 이유 없는 무덤 어디 있겠어. 그러나 난 너무 서러워.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부모와 이삼십 년은 넘게 사는데 난 뭐냐? 겨우 칠 년이야. 그것도 내가 아기 때를 빼면 얼마나 되겠어. 난 엄마와 살았던 그 시절이 꿈속 같아. 현실이 아니었어.

 

엄마는 오랜 시간 우리가 함께했다고 했지만 난 아니었어. 내가 면회 가서 만난 엄마는 엄마가 아니었어. 정신병자고 살인자였어. 처음엔 무서웠지. 지금 솔직히 고백하면 그때는 그랬어. ……,하지만 나도 엄마처럼 말하겠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야.' 운명이라고 말하지 마! 운명은 없어. 모든 것은 본인이 해놓고 그걸 모두 들 운명으로 돌리고 있을 뿐이야.

 

그러나 엄마. 앞으로는 나는 엄마를 운명론자라고 말하지 않겠어. 내가 엄마를 너무 몰랐어. 정말 내가 사과할게. 미안해……, 엄마는 살인자도 정신병자도 아니었어. 엄마는 지극히 정상인이었어. 나는 다 알아.

 

엄마가 왜 그날 별관에 불을 질렀는지 그리고 영식이란 아이를 왜? 업어서 마을회관 앞마당에 옮겨 놓았는지. 엄마는 정이 있는 사람이고 의를 아는 부모였어.

 

엄마는 형을 죽인 사람들에게 응징 한 거야. 아주 시원하게 말이야. 그런 엄마를 나는 그동안 너무 몰랐던 거야. 엄마. 나를 용서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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