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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4)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4.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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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겠어. 엄마가 하시고 싶은 대로 다 하셔. 그러나 한가지 만 약속해줘. 어려운 일 아니야. 엄마와 나 사이, 지금까지 하던 그대로 만이라도 하고 살자고. 대신……, 역할이 바뀌는 거야. 이제는 내가 감옥에 있고 엄마가 감옥 밖에 있다는 것뿐이야.

 

그러니 엄마가 나에게 면회 다닐 차례야. 알았습니까! 엄마- 이것만은 약속해! 그래야 내가 펜을 놓을 수 있어. 그래 응, 알았다고…….엄마가 고개를 끄떡거렸어. 그럼 약속한 걸로 알고 이만하겠어.

 

오늘은 이 편지를 어디로 부쳐야 할지 알 수 없어 공개로 인터넷에 띄우겠어.

엄마~~ 그럼. 좋은 시간 보내. 안녕.

 

2023214.

 

엄마의 길을 찾는 아들 올림.

 

*추신: 이 편지를 보시고 엄마의 소식을 알려 주시는 분께는 후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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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지난 지도 한참이 되었다. 2월의 마지막 주말에 나는 아내와 함께 또다시 고향 쪽으로 차를 몰았다. 아직은 봄은 아니지만 먼 산에 아지랑이가 열어놓은 차창으로 밀려들어 온다.

 

백미러로 뒷좌석의 아내 얼굴을 보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막내를 안고 졸고 있다. 엄마를 보낸 이후로 엄마 찾기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진달래의 붉은 기운이 먼 산에서부터 돋아나오는 듯하다.

 

그 이후 3월 한 달은 엄마를 잊는 채 훌쩍 지나갔다. 잊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 발생한 아이티와 칠레의 대지진 사태에 대한 원인과 대책 그리고 사후관리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하여 장기 국외 출장이 있었다. 피해 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은 허기와 허탈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흐느적거리는 몸뚱이로 상처에 상처를 입히고 있으니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이란 이를 두고 한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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