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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45)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4. 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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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면서 대자연의 재앙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이, 스스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나의 온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지진과 해일이 쓸고 간 폐허의 바닷가 마을에서 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가 일순간이라는 것을 보았다.

 

취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했다. 만약 가족이 없었다면, 신문사를 그만두고 현장으로 다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이따금 내 가슴속을 후비는 그런 시간이 제법 흘렀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엄마를 다시 생각하면서 메일을 열었다. 읽어 보지 않은 메일이 열 쪽이 넘었다. 상업성 메일을 삭제하기 위하여 제목을 확인하다가 한 메일이 나의 시선을 고정케 하였다. 제목은 <엄마는 행복하세요.>. 누구 엄마가 행복하단 말인가?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엄마는 행복하세요.>

 

엄마는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는선생님이 우리를 잘 모르듯이 우리도 또한 선생님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생님이 우리 엄마를 찾는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엄마의 눈빛으로 알 수가 있었지요. 우리는 모두 엄마의 아들딸입니다.

 

엄마가 우리 집과 인연을 맺은 지는 15년이 넘었답니다. 저만해도 엄마를 처음 만난 지가 벌써 7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제가 엄마를 처음 만난 그날……, 엄마는 저에게 따뜻한 털장갑 한 켤레를 선물로 주셨지요. 지금도 제 책상 서랍에 보관되어 있어요.

 

우리는 엄마를 한 달에 한 번씩 빠짐없이 만났습니다. 엄마를 만나는 전날은 우리 모두 즐거운 잔치 날이었습니다. 모두 들 엄마에게 잘 보이려고 깨끗이 씻고 닦고 야단들이었지요.

 

그러나 엄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나 슬퍼서 엉엉 울었습니다. 우리는 왜 엄마와 같이 살 수 없느냐고 말입니다. 엄마를 만나고 온 그다음 날부터 또 우리는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엄마를 무사하게 해주십사고, 아니 엄마와 우리가 같이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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