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그날 경이와 옥이 그리고 천이 이렇게 세 사람이 못 위로 풀 베러 갔다가 너의 형이 안타깝게 변을 당했지. 당시 우리는 풀 베러 가서도 짬짬이 말놀이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장난을 치곤 했어.”
“장난이라니요?”
“무료한 시간을 즐기는 방법이었지. 우리 네 사람은 자주 함께 다녔어. 겨울방학이면 산에 나무도 하고 여름방학 때는 풀도 베고, 밤이면 별관에서 공부도 같이하였지. 그런데 천이가 제일 어렸어. 경이와 옥이는 나보다 한 살씩 아래였으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고”
“그렇군요”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어. 그래서 우리는 꼴망태를 메고 못 위로 풀 베러 가서 자주 헤엄을 치곤 했어. 그러면 천이가 왕따가 되는 거야. 어려서 수영을 못했으니까, 다른 사람은 곧잘 했지. 너의 형이 공부를 잘했으니 아마도 시샘했을 수도 있겠고……,”
“같은 학년인데?”
“반은 달라도 학년은 같았어. 천이가 공부를 월등히 잘했어. 가끔은 너의 형에게 수영을 가르친다고 물에 밀어 넣고 장난을 친 거야. 우리도 형들한테 그렇게 해서 수영을 배웠거든. 장난이 심하다 싶으면 내가 그만하도록 제지했지. 혹시 그날도 장난 때문에 천이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게 아닌가 하고 나 혼자 생각해 본 거야”
“그래요? 그러면 그 사람들 살인 한 거 아닌가요?”
나는 기분이 묘했다. 그는 손사래를 친다.
“아니야. 그런 건 아니고. 살인의 의사는 전연 없지. 약간의 교육 차원이랄까 그 정도지. 오해하면 안 돼. 자, 우리 참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하자고. 내가 괜한 얘기를 했나 봐” 나는 술잔을 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미 오래된 얘기다. 지금 와서 따져 본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9) (1) | 2023.04.07 |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8) (2) | 2023.04.06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6) (1) | 2023.04.04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5) (1) | 2023.04.03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4) (1) | 2023.04.0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