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빠는, 그러니까 너의 아버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지. 할머니가 임신 중에 영양실조로 몇 번 쓰러지셨대. 그땐 너무 가난하여 죽도 못 먹었으니까. 그렇게 너의 아버지는 약골로 태어나셨어. 그런데다가 술을 너무 좋아하셨지. 가끔은 저수지에서 잉어를 낚아 회를 쳐서 안주로 하셨지”
“그래서요?”
“당시 나는 시집을 와서 잘은 모르지만 너의 아버지는 낮에는 농사일하고 밤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농촌 청년들과 토론하고 술 마시고 그렇게 지냈어. 마을 지도자로 활동하셨지. 그때 아마 새마을운동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거야. 그러니 마을 지도자가 얼마나 일이 많았겠어.”
“그렇군요”
“그러던 중에 봄부터 쉬엄쉬엄 아프기 시작하였어. 모두 들 봄을 타는, 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나중에야 큰 병원에 가서 진찰해보니 디스토마가 이미 간과 폐에 퍼져서 약이 없다는 거야. 무던히도 미련한 사람들이었지”
“당시 디스토마엔 약이 없었나요?”
“음 그랬었어. 당시엔 없었지. 지금이야 의술이 발달하여 약 먹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너의 아버지는 디스토마뿐 아니라 간암 말기쯤 되었을 거야. 병원에서 한 달가량 있다가 퇴원했는데 가망이 없다고 했어.”
“으음, 그러셨군요. 약한 체력에 계속 과로하시니 디스토마를 이겨내지 못하신 거군요”
“그래. 그렇다고 봐야지. 우리 오빠라서가 아니라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야. 아마 지금까지 살았으면 그 분야에 일가를 이루고도 남았지. 그 열정과 지도력이 대단했어요”
나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이후 우리 집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고모님께 물었다.
“고모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리 사정은 어떠했나요?”
고모님은 또 긴 한숨을 내쉬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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