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그게 사연이 좀 있지. 우리는 같은 시에 살았지만, 면(面)은 달랐어. 선자는 시내에 살고 나는 시와 붙어있는 이웃 면이었지. 자연히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에 다녔어. 그런데 우리 면에는 중학교가 없었어. 그래서 시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했지. 그곳에서 우리는 만났지. 그때 너의 아버지가 3학년이고 나와 선자는 1학년 같은 반이었어”
“그렇군요. 서로 사신 마을이 달랐군요”
“그렇지……,그런데 우리 학교는 남녀 공학이었어. 어느 날 하굣길에 나와 너의 아버지가 함께 걸어가는 것을 선자가 보게 되었어. 다음날 선자가 나에게 다가와서 어제 함께 간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어. 그래서 내가 우리 오빠라고 했더니 그다음부터 선자가 나에게 살갑게 접근해 와서 서로 친하게 되었지.”
“그렇군요”
“그렇지. 그때부터 선자는 너의 아버지를 마음에 두게 되었고, 그 후 참고서 몇 권을 가지고 일요일에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어. 너의 외할머니가 서점을 하셨거든. 우리 집에서 점심도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나는구나. 지금 생각하면 내가 너의 아버지와 엄마의 중매쟁이 역할을 했지. 여기서부터 너의 엄마 운명은 갈리게 되었어.”
“그래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군요”
“언젠가는 가을에 우리 사과밭에서 사과를 따기도 했고. 그때 오빠도 선자를 동생처럼 좋아했어. 오빠는 너의 엄마가 모르는 수학 문제를 물어오면 자세히 가르치기도 했지. 그땐 내가 질투가 날 지경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오빠 동생 사이에서 연인 사이로 변해갔어.”
“그래서요?”
“그래서 그 이후 선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었지. 당시 우리는 제법 큰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어. 가족이라고는 너의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 세 사람뿐 이었으니 일손도 항상 모자랐지. 너의 아버지는 농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농사에 전념하였고, 그런 차에 너의 할머니가 손자도 빨리 보고 싶어 하시니,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떨어져서 결혼을 일찍 하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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