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쉬운 것이 있다. 막걸리 원료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없다. 그냥 백미로 되어있다. 아마도 수입쌀이겠지. 실제로 대부분이 외국산이다. 국산으로 빚으면 더욱 맛도 좋을 텐데 아쉽다.
다른 것은 몰라도 쌀만은 살려야 한다. 그런데 다수확품종을 수확이 덜 나는 품종으로 바꾸어서 생산량을 줄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쌀은 바로 밥이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다.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어서라도 살려야 한다. 비빔밥 한 그릇을 먹고 나니 식당 안이 조용하다.
저녁때가 지나 식당 문을 닫을 시간이 된 모양이다. 나는 밖에 나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정말 엄마가 내 곁을 떠나신 건가! 아니야! 어디 조금 쉬시려고 절간으로 들어가셨을 거야, 머지않아 나에게 연락을 주실 거야. 사내자식이 왜 그리 조급해. 좀 기다려보자고…….
그때 문득 내가 모르는 엄마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가게 문을 닫고 나와서, 고모님과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 옆방에는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기거하고 있었다. 옛날 집이라 외풍이 세다. 문틈 사이로 찬 공기가 코끝을 시리게 한다.
“고모님, 요즈음 건강은 어떠세요? 지난해 허리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나는 고모님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을 걸었다.
“응, 그저 그래. 약을 먹고 있으니 크게 더 나빠지지는 않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심하지. 고질병이야. 그러다가 죽는 거지 뭐, 이 나이에 완치가 되겠냐.”
고모님은 허리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하신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신다.
“아~ 자네 어머니가 가석방 인가, 특산 가로 나오셨다고? 이런 경사가 있나. 나는 너의 어머니는 이 세상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그런데 석방이라니 참으로 잘된 일이야.”
고모님은 방에 이불을 편다. 내가 켜져 있는 TV의 소리를 낮추었다. 다시 고모님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의 어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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