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찾아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온 이후 한 번도 이곳을 찾지 못했다. 평화스러운 농촌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든 살인사건 주범의 아들, 바로 나는 살인자의 아들이었다. 그것도 한꺼번에 꽃다운 두 사내아이를 기름으로 불태워 재로 만든 악마의 자식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고향이라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는 타향이었다. 차 안에서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깊이 빨아들였다. 생각이 이어졌다. '아니야, 엄마가 고향에 오실 리는 없어. 이곳에 누굴 만나려고 오겠어.' 엄마는 나에게 고향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성을 되찾았다.
3
고향을 포기하고 나니 고모님 생각이 났다. 인근 C 시에 사는 고모님 댁으로 향했다. 점심도 잊었다. 아침에 아내가 빵 몇 개와 음료수를 챙겨주었으나 먹지도 못했다. 담배만 피우니 입안이 칼칼하다. 내 머릿속엔 온통 엄마 생각뿐이다. 겨울의 짧은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중이었다.
엄마가 고모님 댁에 계실지도 모른다. 엄마와 고모님은 친구 사이다. 중학교 동기동창이다. 고모를 만난 지도 1년이 넘었다. 지지난해 할아버지 기일 때 오시고 지난해는 통화만 했다. 고모님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서 살고 있다. 딸 하나 있었는데 지난해 그녀의 남편을 따라 호주로 이민 가셨다.
고모님은 시장통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 차를 시장통 공터에 세웠다. 하도 오래되어 길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참 동안 시장 주변을 헤매고 다녔다. 어릴 때 기억이 가물거렸다. 고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은 중앙식당이었는데,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고모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모님! 종천입니다”
“종천이? 그래 반갑다. 어머니는 찾았냐?”
고모님은 대뜸 알아본다.
“아니요, 아직요, 혹시 그곳에 오시지 않았나요?”
“아니다. 아무 연락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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