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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3. 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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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아내 될 사람과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들고 왔을 때, 나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원앙을 보았고. 아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그 시간에,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고, 첫째와 둘째를 얻는 날. 그날은 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단다. 이제 엄마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아.

 

너와 나는 그렇게 오래도록 같이 있었지. 행복한 시간이었어. 그동안 아들이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견디지 못했을 거야. 고맙다. 그러나 우린 이제 잠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어. 그동안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내가 네 등 위에서 떨어져 나와야 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이 따로 있나 봐. 나에겐 오래전부터 꾸어온 꿈이 있어. 이제 내 꿈을 위해서 아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어. 이것은 솔직히 아들을 생각해서 하는 소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만을 위해서도 아니야. 우리의 운명이야.

 

사랑하는 아들아. 사람은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거야. 그리고 열심히 살다가 모두 흙으로 돌아가게 되지.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지금까지 아들은 잘 참고 잘 지켜 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항상 악은 멀리하고 선을 행하도록 해야 해.

 

또한 아내를 사랑하고 두 아들을 잘 키워줘. 그리고 부탁이야. 제발 엄마를 찾지 말고 잊어줘. 언젠가는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때까지 이 엄마는 먼 곳에서 항상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 거야. 잘 알겠지! 아들이 나를 믿는 것처럼, 나 또한 아들을 믿는다. 그럼 사랑하는 아들아 안녕.

202212. 엄마의 길을 떠나는 엄마가.

 

이게 뭔가? 결별의 편지가 아닌가. 이건 아니야, 무언가 잘못됐어. 엄마가 길을 떠나다니, 엄마의 길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손까지 떨렸다.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교도소로 향했다. 신정 휴일 다음 날이라 차가 많이 막히고 있다. 혹시 엄마가 잘못되지는 않을지. 가슴이 떨리고 정신도 혼미하였다.

 

그러고 보니 요 며칠 꿈자리가 엉망이었다. 내가 빨가벗고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를 달리기도 하고, 낯선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하기도 하였다. 한참 만에 교도소에 도착했다. 그곳도 역시 상당히 붐비고 있다. 평소 잘 아는 교도관을 찾았다. 엄마의 이름을 말하니, 그는 어디론가 핸드폰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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