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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44

서평

by 웅석봉1 2024. 6. 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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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에서 고금도로 돌아오면서 조선군 누구도 승리의 함성을 지르지 않았다. 너무 치열한 전투였기에 장수건 병이건 할 것 없이 모두 넋을 잃고 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쪽은 죽이고자 했던 전투였고, 한쪽은 살고자 도망가려고 했던 전투였다.

 

인간성의 상실과 삶과 죽음에 대한 무감각이 온몸을 지배하는 상태로 본영인 고금도에 돌아왔다. 살아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없었고, 전쟁이 끝났다는 희망찬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식,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전사대장선이 멀쩡한데 어찌 사령관이 전사했단 말인가?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판옥선 갑판에서 누군가는 엎드려 울었고, 또 누군가는 갯벌에서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바다 위에서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울고 울었다.

 

7년간 조선인들을 몸서리치게 했던 지옥 같은 전쟁이 비로소 끝났는데, 그는 죽어버렸다. 나라를 구했고, 백성을 살려놓은 이가 죽어버린 것이다. 묘한 감정에 모두 북받쳐 울었다. 이순신의 전사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고금도를 비롯한 인근 완도의 여러 섬, 주민들이 대성통곡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근방의 강진과 해남, 진도의 주민들까지 하늘을 원망하며 울었다. 진린 역시 이순신의 전사 소식에 땅바닥을 뒹굴며 대성통곡을 하였다. “어른께서 오셔서 나를 구해준 것으로 알았는데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명나라 군사들도 소리 내어 함께 울었다.

 

이순신의 시신은 판옥선에서 내려졌다. 진린이나 이순신의 측근 제 장들은 시신으로 누워 있는 이순신의 모습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건 상식이다.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웠을 것이기에, 그리고 역사에 남을 영웅의 마지막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순신의 영구는 마지막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고금도에 묻혔다. 이순신의 사망 소식에 남도 백성들은 모두 흰옷을 입었고 입에 고기를 대지 않았다. 이순신의 시신은 20여 일 후 가족들이 있는 아산으로 옮겨졌다.

 

전라남도 완도의 고금도에서 충청남도 아산에 이르기까지 운구 행렬이 움직이는 곳마다 백성들이 통곡이 이어졌고, 수많은 백성이 수레를 붙잡고 울어 행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아산으로 옮겨진 다음 날 이순신의 장례가 치러졌다. 장례 역시 수많은 백성이 함께하였다. 유생들은 글을 지어 그를 추모했고, 승려들은 재()를 드리며 죽어 돌아온 영웅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이순신의 운구를 따라 아산까지 함께 올라온 진린은 이순신의 큰아들 회를 만나 두 손을 붙잡고 울면서 위로했다. 진린은 조선 원정에 함께 따라온 지관 두사충(杜師忠)에게 이순신의 못자리를 당부했다.

 

이순신의 유해는 두사충이 정해준 아산의 금성산 아래 묻혔다. 그러나 15년 후, 그의 묘는 가족들에 의해 어라산으로 이장되었고 지금도 그곳에 묻혀 있다.

 

이순신이 노량해전 중에 탈출하여 은둔했느니, 자살했느니 설들이 있으나, 실제로 전사하였다는 전사설이 수많은 기록에 이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을 보자.

 

선조실록이순신이 적의 탄환에 가슴을 맞고 배 위에 쓰러졌다. 손문옥이 아들 회를 울지 못하게 하고 시체를 가린 뒤에 북을 울리면서 나가 싸웠다.

 

선조수정실록순신이 적의 탄환에 가슴을 맞았다. 순신의 조카 완이 싸움을 재촉하니 군중에서는 순신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징비록날아오는 총알이 그의 가슴에 맞아 등 뒤로 빠져나왔다. 이순신의 형의 아들 완이 독려하였다.

 

은봉야사별록총알이 희립의 갑옷과 투구에 맞았다. 이순신이 깜짝 놀라 일어서는 찰나 겨드랑이 밑으로 총알을 맞았다. 아들 회가 통곡하려 함으로 희립이 회의 입을 막고, 못 울게 하였다. 그리고 공의 갑옷과 투구를 벗기고 대신 기()와 북()을 잡고 독전(督戰)하여 적을 몰아내었다. 4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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