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난중일기> 7

서평

by 웅석봉1 2024. 4. 1. 12:19

본문

사천만의 케이블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조류의 방향이 바뀌어 사천 해협 쪽으로 밀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이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거북선이 먼저 공격하라!” 거북선 돌격장(突擊將) 이언량과 이기남이 전속력으로 적선을 향해 나아갔다.

 

이때 일본군도 옥포 등에서 자국의 함대가 조선 수군에게 패배했음을 알고 신중하게 처신하였다. 그러던 중 밀물이 밀려오자, 조선 수군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런데 고작 두 척의 전함만이 가까이 접근해 올 뿐이었다. 일본군의 입장에서는 가소로웠다.

 

거북선은 적의 함대에 점점 더 가까이 접근했고 끝내는 조총 사정거리 50m 안으로 파고들었다. 일본군으로서는 당연히 처음 보는 전함이었다. 멀리서 볼 때 판옥선 위에 시커먼 거적때기를 뒤집어씌운 것처럼 보였다. ‘거적 안에 조선의 칼 좀 쓴다는 무사들이 숨어있겠군.’ 생각하고,

 

이리 가까이 접근하다니, 설마 우리와 백병전을 하자는 가’ ‘좋아 그러면 이 조총 맛을 보여주마라면서 그들의 자랑인 조총이 불을 뿜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군들은 당장이라도 거북선으로 뛰어올라 일본도를 휘두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거적 위로 조총을 쏘았는데도 총탄이 튕, 튕 소리를 내면서 불꽃을 튀며 튕겨 나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배 하부 쪽을 향해 조총을 겨누고 발사하는데 역시 틱, 틱 뭔가 꽂히는 소리만 들렸다.

 

당시 일본 조총은 총알이 5cm 두께의 나무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에 거북선의 갑판은 무쇠요, 거북선의 측면 목판의 두께는 15cm가 넘었다. 그리니 총알이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이상한 배의 용머리에서 대포가 쑥 나오더니 쾅, 쾅 하고 불을 뿜었다. 그것도 곡사포가 아닌 직사포였다.

 

근거리에서 함포에 맞은 왜선 하나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거북선 두 대가 계속 종횡무진하며 왜선들의 옆구리를 치고 내달리니 왜선의 선체 일부가 여지없이 부러지고 박살이 났다. 그것은 왜선은 한 사람이 노를 저었지만, 거북선은 대여섯 사람의 격군이 달라붙어 저었으니, 상대가 되지 못함은 당연하였다.

 

529, 그날 사천에서 거북선을 처음으로 출격시켜 적선 13척을 침몰시켰다. 거북선이 세계 해전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순간이었다. 거북선 두 척에 탑승한 300여 명의 돌격대원들은 가장 용맹한 특공대였다. (사천해전, 4, 아군 피해, 이순신 나대용 등 3명 부상, 일본군 피해, 전함 13척 전파, 2,600명 사망.)

 

여기서 잠깐, 도대체 거북선은 누가 창안하고 어떻게 만들었을까? 부하 나대용이 고안하고 기술력을 동원하여 만들었을까? 아니면 태종 때부터 있었던 비거도선(鼻居刀船, 큰 배에 물자를 나르는 작은 군용보조정)의 설계도를 보고 이순신이 직접 설계하고 건조 명령을 내렸을까?

 

여러 가지로 궁금하다. 그러나 실제로 거북선의 건조 명령을 내리고, 실제 만들어 내고, 여러 훈련을 거쳐 실전에 투입한 주인공은 이순신이었다. 당시 거북선은 3척을 건조하여 전라좌수영 본영에 1, 순천부에 1, 방답진에 1척을 배치하였다.

 

탑승 인원은 15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노를 젓는 격군(노군)90, 화포 수(화포의 포수)24, 사부(궁병과 병기)14, 화포장(화포 책임자) 8, 장령(참모) 6, 선직(보수) 2, 돌격장 1명 등이었다.

 

또한, 거북선의 구조나 형태에 대하여도 의견이 분분하다. 거북선의 머리에서 대포를 쏘았다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용머리 안에서 유황을 태워 용이 연기를 뿜는 것처럼 보여 적에게 공포감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선실도 2층설과 3층설이 있다. 2층설은 포와 노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주장이고, 3층설은 포를 쏘는 층과 노를 젓는 층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거북선이 적진을 돌파하면서 동시에 포를 쏘았던 것으로 보아, 최근에는 3층설이 굳어지는 추세다.

 

여하튼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전투선인 거북선이 실제로 만들어졌고, 1592412일에는 거북선의 진수식도 완전히 끝마쳤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다음 날인 1592413(음력) 일본군은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7)- 계속-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중일기> 9  (1) 2024.04.12
<난중일기> 8  (3) 2024.04.09
<난중일기> 6  (1) 2024.03.31
<난중일기> 5  (1) 2024.03.28
<난중일기> 4  (1) 2024.03.27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