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국립공원 여수 오동도 전경
온전한 놈은 하나도 없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죽은 놈들의 시신을 거두어 과수원 옆에 구덩이를 깊이 파서 묻어주었다. 비록 소임(所任)을 다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하였으나 그들은 순직이다. 흑흑흑.
상처뿐인 놈들이지만, 살아있는 놈들은 새끼로 엮어 경운기에 싣고 내려왔다. 7단위밖에 없는 예금 통장이 눈에 어른거린다.
며칠이 지났다. 오늘따라 달도 밝다. 밤하늘을 보면서 영수는 수일 전 묻은 새끼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어머니의 한숨 소리도 들린다. 금 년엔 꼭 장가가야 하는데, 불쌍한 우리 아들, 어머니의 푸념이 멀어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서울의 경우다.
“야. 영수야 잘 지내냐? 지영이가 내일 재판 날이란다.”
“뭐, 뜬금없이 그게 뭔 소리야. 이놈들아. 지영이가 뭐라고……, 재판! 공판!”
그렇지 않아도 죽고 싶도록 울적한 기분인데 갑자기 재판이라니 호통이 절로 나왔다.
“음……, 내가 너한테 구체적인 이야기를 못 했는데 지영이가 그렇게 됐어. 뭐, 은행 부정 사건에 연루됐다는 거야. 그래서 은행에서 해고당했고, 그래서 지영이는 억울하다고 소송을 냈대.”
“그래? 언제 그런 일이……, 나한테는 왜? 말도 안 했지. 이 새끼들아……,”
“야, 안 한 게 아니라……, 나도 오늘 처음 알았어.”
“으~흥~음, 지영이 놈까지 은행 그만두면 안 돼! 내 닭은? ……, 해고는 어림없지, 막아야 해. 내일 몇 시야?”
“응 내일 10시. 서부지청이야.”
“야, 그럼, 말이야. 내일, 우리 거기서 만나. 알았어?”
영수는 전신에 힘이 쭉 빠졌다. 그 길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읍내 주차장에서 서울행 심야버스에 오르니 피곤이 쏟아졌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영수는 증언대에서 울부짖었다.
‘지영이는 착한 내 친굽니다. 그는 대외 감각이 확실한 사람이요 기본을 지킨 은행원입니다. 기본이 무너지면 나라도 망합니다. 그는 죄가 없습니다. 그는 꼭 은행장이 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재판장님. 그를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요!’
영수의 울부짖음이 어둠을 뚫고 청산골을 맴돌았다.
*그렇게 오르고 싶어 했던 그곳, 오르고 보면 아무것도 없더라. 수천 개 기둥의 하나일 뿐이더라. 꼭대기에 오르려면 기어오르는 게 아니다. 날아야 하더라. 날아야!!!
*새는 오리. 거위. 토끼. 고라니. 사슴. 돼지. 소. 말. 등과는 부류가 다르다. 이 부류는 땅을 기거나 걷는다. 하지만 새는 다르다. 새는 참새. 까치. 비둘기. 꾀꼬리. 갈매기. 기러기. 솔개. 매. 독수리. 알바트로스 등과 같이 하늘은 날아다닌다. 그래서 새는 자유로운 생명체다. 그러니 살아있는 영혼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 요, 2023년 연초에 지었다. 그동안 구독해 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린다. (끝)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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