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다는 눈을 감았다. 자기를 지나간 세 남자의 얼굴이 스치고 흘러간다. 첫 남자는 지참금으로 논 한 섬지기를 주고서 시집갔는데 처음 5년은 호강스럽게 잘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투전판에 손대어 돈을 많이 챙겼다는데…… 그러고 나서는 요정 출입을 하면서 새색시를 얻게 되었고, 그것이 불씨가 되어 자기를 구박하는 바람에 집을 뛰쳐나왔다. 그때부터 돈이라면 진저리를 쳤다.
두 번째 남편은 가난하게 사는 노총각과 눈이 맞아 결혼식도 없이 살았는데 그놈도 돈을 벌어서 돈 자랑하는 통에 꼴도 보기 싫었다.
첫 남편이 돈에 눈이 멀어 나를 버렸는데 이놈도 돈통에 빠졌으니 분명 나를 버릴 것이다. 그래서 그 돈을 몰래 빼내어 바다에 뿌렸는데 이놈이 나를 바다에 집어 던져 죽게 했다. 그러니 내가 돈을 멀리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마지막 한 사람은 돈과는 관계가 없다지만 따지고 보면 돈이 싫어 도망쳐 온 나를 바다에서 구해주어서 고맙기는 하지만 평생토록 같이 살 줄 알았는데, 그놈도 섬에서 난리 통에 죽고 말았다. 흑흑흑
세 놈 모두 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이다. 그 얼굴들에 자기 얼굴이 겹친다. 세 놈 모두 얼굴이 말상이다. 여자도 팔자가 세면 상처가 난다. 상처가 나면 오래 못 산다.
여자의 관상은 얼굴이 아니라 거웃에 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저렇게 거웃이 손톱달같이 말상이면 남편 복이 있을 리 없다. 하긴 그러기에 아직껏 시집도 못 갔을까.
딸의 거웃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어릴 때야 몸을 씻기면서 보았다지만 그곳에 털이 나고부터는 딸이 한사코 거절하여 한 번도 똑똑히 그곳을 본 일이 없었다.
그날 모녀는 난생처음 따뜻한 물에 온몸을 청소했다. 돈의 위력을 체험했다. 돈이 좋기는 좋았다. 몸이 가볍고 날아갈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부엌을 치우고 있는데 반장 집 아들 더벅머리가 딸을 불러낸다. 어버버는 쪼르르 따라나선다. 어디론지 나가서는 한참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다다는 상상한다. 아마도 그 말상같이 생긴 놈이 어버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놈 나이가 삼십은 넘었나?
오래전에 상처했다고 하는데…… 상처했는지 도망을 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린 딸 하나 데리고 반장 집에 얹혀사는 것은 확실하다.
어쩌다 밖에 나가면 그놈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지 가고 있었다. 아마도 참기름 배달인가 하는 모양이었다. 그놈이 벌써 몇 번째 우리 어버버를 불러내었다.
지난번에는 어버버가 나가서 돌아올 때는 화장품인가를 들고 들어왔는데 오늘은 또 무엇을 들고 들어올지 궁금하다.
그놈은 안 된다. 안 되는 게 그놈뿐만 아니고 딸년도 마찬가지다. 남편 복 없는 년이 자식 복은 있겠냐. 그 나이에 하필이면 왜 그놈이란 말인가.
눈에 피눈물 나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한다. 내가 안 막으면 누가 막겠는가. 아다다는 오늘 작심하고 기다린다. 11)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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